영국 에든버러에 있는 스코틀랜드 의회 본회의장에서 의원들이 현안 토론을 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의회 제공
1999년 ‘의석추가형 비례제’(AMS)로 의원 129명을 뽑기 위한 스코틀랜드 의회 선거가 처음 치러졌다. 그보다 10년 앞서 스코틀랜드에서는 이 새로운 선거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이 태동하고 있었다.
1989년 영국의 거대 양당 중 하나인 노동당과 영국 의회의 제3당인 자유민주당을 포함해 녹색당과 교회, 여성단체와 시민단체 등이 ‘스코틀랜드 헌법협의회’(SCC)라는 단체를 꾸렸다. 스코틀랜드의 분권화와 의회 설립, 새로운 선거제도 마련 등이 목적이었다. 이 협의회에는 당시 집권당이던 보수당과 스코틀랜드의 뿌리 깊은 지역정당인 스코틀랜드민족당(SNP)은 참여하지 않았다. 보수당은 협의회의 전체적인 계획에 반대해서, 스코틀랜드민족당은 협의회가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로 불참했다.
소수 정당인 자유민주당과 녹색당은 비례제 도입에 찬성했지만, 거대 정당인 노동당은 처음엔 반대했다가 나중에 찬성으로 돌아섰다. 이와 관련해 에스터 로버턴 당시 코디네이터는 “노동당의 양보가 아니었으면 도입이 불가능했다. 노동당은 단순 다수대표제로 선거를 치를 경우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정당이었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지난한 논의를 거쳐 1992년 비례대표 원칙이 포함된 스코틀랜드 의회 구성안을 마련했다. 협의회는 ‘더 많은 민주주의’를 내걸고 새 선거제도 도입을 위해 △다양한 정당의 원내 진출 △동등한 남녀 대표성 보장 △유권자 권력 최대화 △소수 인구 지역의 적절한 대표성 보장 등의 원칙을 마련했다. 협의회는 1995년 ‘스코틀랜드 의회, 스코틀랜드 권리’라는 보고서를 채택해 스코틀랜드 정치의 분권화 방향을 제시했다.
1997년 9월 권력이양 여부를 결정할 주민투표가 스코틀랜드 전역에서 치러졌다. 이 투표는 영국의 입법 권력을 분할해 스코틀랜드 의회를 설립할 것인지, 그 의회에 과세 권한을 부여할지를 유권자에게 물었다. 두 안건 모두 과반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후 스코틀랜드 정부는 교육과 보건, 농업, 주택 등과 관련한 자치권을 확보했다. 다만 국방, 외교, 고용, 무역, 이민과 같은 정책의 결정 권한은 여전히 영국 중앙정부에 있다.
스코틀랜드 의회의 선거 방식인 ‘의석추가형 비례제’는 우리나라 국회의원 선거와 같은 1인2표제다. 지역구에서 73명을 뽑고, 8개 권역에서 7명씩 모두 56명의 비례대표를 정당득표율에 맞춰 선출한다. 이 제도는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모델로 삼았다. 거대 정당의 지역구 의석 과점으로 발생하는 표심의 왜곡 현상을 비례대표 의석 배분으로 보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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