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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참여정부 ‘인사 심마니’가 문재인 정부엔 왜 없을까

등록 2019-04-15 11:45수정 2019-04-15 15:38

정치BAR_서영지의 오분대기
장관 후보자 낙마에 ‘이미선 논란‘까지
그러나 청와대 해명엔 ‘성찰‘이 없다
참여정부 ‘인사 교훈‘은 어디로 갔나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지난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지난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지난달 31일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 철회와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로 청와대 인사검증 논란이 불거진 뒤 얼마 안 돼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주식 과다보유 의혹’이 연일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그러자 여당 안팎에서조차 “인재풀이 이렇게 좁나” “청와대는 제대로 된 검증을 했느냐” 등의 불만이 쏟아진다. 참여정부에서 인사수석비서관을 지낸 박남춘 인천시장은 <대통령의 인사>라는 책에서 “선거가 대통령의 당선을 결정하는 중요한 관건이라면 성공하는 대통령의 관건은 인사”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현재 인사논란은 정부가 바뀌고 난 뒤에 어떻게 기록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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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후보자가 ‘최선’이었을까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을 속속들이 알 수 없고, 어떤 인물이 후보군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최근 낙마한 장관 후보자들을 보면,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이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인사절차는 인사수석실에서 인사 추천이 이뤄지면,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검증한다. 이를 바탕으로 청와대 인사위원회가 후보자를 심의·확정하면 대통령 재가를 거쳐 임명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과거 참여정부의 ‘실패’를 되새긴다면 집 3채(분양권 포함)를 가진 최정호 후보자를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선뜻 지명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에도 “부동산 문제는 병역 문제와 같이 ‘국민정서법’ 적용을 받는 항목”(<대통령의 인사> 중)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예민한 문제다. 부동산 투기를 위한 위장전입과 배우자 농지법 위반 의혹뿐 아니라 2017년 12월 ‘해적 학술단체’로 꼽히는 인도계 단체 ‘오믹스’ 참석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지명 철회된 조동호 후보자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주식 과다보유’도 논란이 있다. 이 후보자 부부가 단지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비판할 수 없지만, ‘개인 이미선’이 아니라 ‘헌법재판관 이미선’이라면 얘기가 다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15일 리얼미터가 <시비에스>(CBS) 의뢰로 지난 12일 전국 성인남녀 502명을 조사(신뢰 수준 95%에 표본오차 ±4.4%포인트)한 결과 이 후보가 헌법재판관으로서 부적격하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어선 54.6%로 집계됐다. '적격하다'는 답변 비율은 28.8%이었고, 모름 또는 무응답은 16.6%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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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해명엔 ‘성찰’이 없다

하지만 인사논란을 둘러싼 청와대의 해명을 보면 고민을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이 사태를 지나보내는 데만 급급하다는 인상을 준다. 앞서 장관 후보자들의 지명 철회나 자진사퇴 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의 해명이나 현재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논란에 대응하는 청와대 태도를 보면 그렇다. 지난달 31일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기자들과의 정례브리핑에서 “조동호 후보자가 부실 학회에 참석한 사실을 밝히지 않아 걸러낼 수 없었다”고 하는가 하면, 최정호 후보자와 관련해서도 “집이 3채나 있는 건 나름대로 소명을 했다. 청와대 인사 7대 원칙에 어긋나지 않았고, 집이 여러 채라서 장관을 못 하는 기준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답변하면서 어떤 사과나 유감 표명도 없었다.

특히 이미선 후보자의 경우 과거보다 높아진 기준에 대해서 생각해볼 지점이 있다. 이 후보자가 일개 개인으로서 주식투자를 35억원치 했다면 나무랄 사람이 없다. 하지만 헌법재판관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많은 이슈에 대해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참여정부는 인사검증을 경제학 용어인 ‘하방 경직성’에 빗대기도 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5년 집권의 첫 단추인 초대 내각 인사에 실패한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고위공직자의 인사 기준이 이전에 비해서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져 있다는 현실을 무시한 것도 그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경제학 용어에 ‘하방 경직성’이란 것이 있다. 한번 상승한 임금이나 소비 성향 등은 경제 여건이 변하더라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그 수준을 유지하려는 것을 의미한다. 고위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기준에도 하방 경직성이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의 인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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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자랑이던 ‘검증 시스템’… 지금은?

<대통령의 인사>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참여정부의 인사시스템이다. 참여정부는 가만히 앉아서 인재를 기다리지 않고, 숨은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면서 찾아다녔다. 지역별, 영역별로 인사자문위원회를 두고 이들로부터 추천을 받았다. 전국을 5개 지역으로 나눠 각각 3명씩 모두 15명의 인사자문위원을 구성했고, 영역별로는 주로 서울지역을 대상으로 경제, 경영, 과학, 언론 등으로 분야를 나누어 한 달에 한 번꼴로 모임을 가졌다고 한다. 인사자문위원회 활동을 두고 당시 정찬용 인사수석은 이를 ‘인사 심마니’에 비유하기도 했다. 인삼을 캐러 산속을 헤집고 다니는 ‘심마니’처럼 인재를 찾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는 것을 빗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3년 발간된 이 책 추천사에서 “참여정부 인사의 최고 실세는 ‘시스템’이라는 노 대통령의 말은 결코 수사가 아니”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도 지난 2017년 11월 △병역 기피 △세금 탈루 △불법 재산증식 △위장전입 △연구 부정행위 △음주운전 △성 관련 범죄 등을 고위공직후보자 인사검증 7대 기준으로 발표하고 이 가운데 하나라도 해당하면 임용을 원칙 배제한다고 했지만, 인재풀 구성부터 검증까지 제대로 이뤄졌는지 당내에서조차 의문을 제기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한 의원이 “청와대는 검증을 해야 하는데 후보자들의 해명을 이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와 닿는 이유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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