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오거돈 부산시장이 강제추행 사건으로 사퇴한 데 대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직원 강제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사퇴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술렁였다.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이 강제추행으로 하차한 것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이어 두번째라는 점에서 당 전체에 타격이 불가피한 탓이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오 시장 사퇴 회견 소식이 알려지기 전 관련 사실을 파악하고 긴박하게 움직였다. 윤호중 당 사무총장은 휴가 중인 이해찬 대표에게서 ‘공식 사과하라’는 지시를 받고 오후 2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총장은 “민주당은 성추행 등 성비위와 관련한 사건에 대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무관용의 원칙을 지켜왔다. 오 시장의 경우에도 이와 같은 원칙하에 즉각적인 징계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이 사퇴 시점을 총선 이후로 의도적으로 조율했고, 민주당이 이를 알고도 묵인하거나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민주당은 ‘총선 전 인지하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엔 오랫동안 다져온 부산의 정치 기반이 이번 사건으로 송두리째 날아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오 시장이 민주당과 관계가 깊은 인사는 아니지만, 참여정부 시절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고 민주당이 배출한 첫 부산시장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김경수 경남지사도 재판으로 위험한 상황에서 오 시장 일까지 터져서 피케이(PK·부산경남)에 겨우 마련한 교두보가 무너질 판”이라고 우려했다. 내년 치러질 보궐선거에 대해서도 함구령이 떨어졌다. 이와 관련해 부산의 한 민주당 국회의원은 “피해자와 부산시민에게 사죄하고 책임 있는 조처를 취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을 아꼈다.
민주당이 후보를 내느냐부터 논란거리다. 당헌 112조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선을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은 살인 청부 사건으로 무기징역형이 선고된 김형식 전 서울시의원의 선거구에 후보를 내지 않은 바 있다.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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