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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장혜영 “정의당 뼈아픈 점은 심상정이 ‘하드 캐리’ 하는 당이라는 것”

등록 2020-06-10 05:01수정 2020-06-10 14:57

손원제 논설위원의 직격인터뷰 | 장혜영 정의당 혁신위원장

심 대표 워낙 역량 뛰어난 분이지만 당 전체가 함께 갈 필요
좌우 아닌 상하가 문제…민주노총 넘어 비정규직도 대변해야
지역구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혁신위 목표
8월말 당대회 전까지 새로운 비전·조직 등 혁신안 내놓을 것

김종인 위원장 잘하면 좋겠지만 통합당 소화 못할 단어 던져
금태섭 전 의원 사태는 권위주의 강화된 민주당 모습 드러내
장혜영 정의당 혁신위원장이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장혜영 정의당 혁신위원장이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원내 ‘6석’ 정의당에서 요즘 가장 ‘핫’하고 바쁜 초선 의원이 있다. 장혜영(33) 혁신위원장 얘기다.

장 위원장은 2011년 연세대를 자퇴하며 이른바 ‘스카이(SKY) 자퇴생’의 일원으로 화제에 올랐던 인물이다. 이후 발달장애인인 동생 혜정씨의 탈시설 자립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이 되면>을 제작했다. 좀더 실효성 있는 장애인 인권 증진 방안을 고민하다가 지난해 10월 정의당에 입당했고, 당내 경선을 거쳐 21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했다.

급기야는 지난달 24일 당 노선과 지도체제 개편 등 쇄신 방안을 책임진 혁신위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당장 오는 21일까지 지역별로 ‘정의당 혁신 공론장’을 열어 의견 수렴을 마쳐야 한다. 이를 위해 거의 매일 전국 시도 당과 지역위원회를 돌아다니고 있다. 최종 혁신안은 오는 8월30일로 예정된 혁신 당대회에 올려 의결하게 된다. 혁신위 출범부터 의결까지 100일, 정계 입문 8개월차 30대 정치 신인은 정의당 재건의 청사진을 펼쳐 보일 수 있을까?

지난 8일 국회 의원회관 516호 장 의원의 방에서 인터뷰를 했다. 최근 그보다 더 눈에 띄게 ‘보수 야당 혁신’의 화두를 쏟아내며 화제 몰이를 하고 있는 ‘80대’ 경쟁 상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했다.

—정의당이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와 거의 동시에 혁신위를 출범시켰다. 통합당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활발하게 의제를 쏟아내는 반면, 정의당은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는 것 같다.

“김 위원장이 잘하시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별로 의식하고 있지 않다. 김 위원장께서 여러가지 통합당에 낯선 단어들을 말씀하고 계시지만, 그게 당 내부에서 결코 소화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냥 던지고 계실 뿐이다. 우리 당은 내부 바닥에서부터 우리는 누구인가를 돌아보고 있는 시간이다. 언론에서는 조용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겠다. 앞으로 좀더 가시화돼가는 쟁점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김종인 비대위가 파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로는 잘될 걸로는 보지 않는 건가?

“김종인 위원장 말씀대로 다 이뤄졌으면 우리나라는 벌써 경제민주화가 됐어야 한다. 진보 어젠다인 기본소득 같은 것을 김 위원장이 먼저 치고 나오는데 긴장해야 하지 않나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그걸 보면서 ‘언제부터 기본소득이 좌파 아이디어였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기본소득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 완전히 우파적인 시각에서 이야기되는 아이디어라고, 문제적으로 보는 사람도 많다. 김종인표 기본소득이 뭔지도 정확하지 않은 것 아닌가.

통합당이 진짜로 진보 축으로 이동을 했다면 같이 얘기해야 할 부분이 많이 있다. 예를 들어 전국민 고용보험에 대해서는 단적으로 아니라고 한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 얘기도 있고. 김 위원장도 차별금지법 정도는 얘기를 해야 진보 축으로 움직였다 얘기할 수 있다. 굉장히 스펙트럼이 넓은 기본소득은 착시 효과를 주는 것이지 본질적인 변화라고 보지 않는다. 진짜로 극복하셔야 하는 건 그거다. 극우정당에서 상식적 보수로 다시 돌아오는 것, 그 작업을 어떻게 하실지가 궁금하긴 하다. 물론 국민들께서 보시는 재미는 있을 거다. 잘하시면 좋겠다. 20대 국회도 그렇고 양당 기득권이 짜여져서 합을 주고받고 하는 방식으로 멈춰 있던 국회였지 않나. 앞으로 굴러가야 하니, 그런 차원에선 김 위원장을 응원하고 싶다.”

—통합당 말고 염두에 둔 정당 혁신 사례가 있나?

“딱히 모델로 생각하는 게 있지는 않다. 세계적으로 시대정신이라고 하면 불평등을 해소하고 기후위기를 막는 건데, 그런 역할을 해야 할 정치가 멈춰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전세계 진보정당들이 다 골치를 앓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스페인 포데모스 같은 경우 개방성, 훨씬 많은 참여 등의 원칙에 대해서는 공감할 대목이 많다고 본다. 특정 인물의 카리스마가 아니라, 공개되고 개방된 시스템 참여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동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많이 참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불어민주당도 채택한 국민참여 온라인 경선 같은 방안들을 말하는 건가?

“완전히 다른 거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굉장히 권위주의적인 정당이라고 본다. 단순히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고 오픈프라이머리(예비 선거)를 한다고 해서 투명성과 개방성이 만들어지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지금 민주당은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곧이곧대로 말할 수 있는 정당은 아니지 않나.”

—금태섭 전 의원 징계를 말하는 건가?

“그렇다. 커다란 정당일수록 많은 사람의 생각이 똑같은 건 이상한 일 아닌가. 다른 목소리가 안 나오는 건 어떤 방식으로든 권위주의가 작동하는 것이라고 본다. 금 전 의원 사태는 권위주의가 강화된 민주당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혁신은 평가에 기반해야 할 텐데. 정의당의 기존 활동을 어떻게 평가하나?

“지금 정의당에 가장 뼈아픈 점은 심상정이 ‘하드 캐리’ 하는 당이라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이 짊어지고 있는 몫이 너무 큰 거다. 이 사람이 너무 대단하고 역량이 크지만 나머지 전당적인 역량이 이 사람 역량과 조응해서 일체감을 이뤄서 돌아가는 건가라고 할 때, 이격(틈)이 존재하는 상태로 선거를 치렀다고 생각한다. 일각에서 심상정의 독주라고 얘기되는 부분은 그런 관점이 반영된 거라고 본다.”

—당내 이격이 존재했다?

“심상정이 내려꽂는 데에 많이들 지쳐 있다고 본다. 심 대표가 워낙 뛰어나시지만, 전체와 함께 갈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음, 가령 그린 뉴딜 관련해서 사실 당원 중에선 심 대표가 생각하시는 만큼 빨리 따라가지 못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지 않나. 우리 당이 잘되려면 당대표의 비전과 가치와 전략이 당원 관점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해되고 소화되고 행동으로 나타나야 한다. 과연 그런 일체감 있는 선거를 치렀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부분들이, 당원들이 움직이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고 저는 느낀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어떻게 모든 당원이 함께 움직이는 당으로 갈 수 있을까, 이게 기본적인 고민이다.”

—당의 역량이 전체적으로 발휘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 정의당에 우리를 모여 있게 만드는 공통분모가 뭐냐, 그걸 확인하게끔 만드는 게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공통분모는 뭐여야 한다고 보나. 혁신 하면 보통 노선, 조직 순서인데.

“노선이라는 단어로 뭘 지칭하는 건가?”

—이념적인 지향이나 비전 아니겠나. 지금 정의당은 ‘정의로운 복지국가, 한반도 평화’를 내걸고 있다.

“그런 비전 자체가 획기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또렷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누구를 대변하는 정당인가 하는 게 우리 노선을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좌우 문제가 아니라 상하 문제라고 본다. 우리가 정말로 하위 90%를 대변하는 정당인가. 우리가 하위 대다수를 대변하는 정당이라는 걸 명확히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기존에는 그런 부분이 분명하지 않았다는 건가?

“사람들이 헷갈리는 부분이 있었다고 본다. 정의당 하면 사람들이 민주노총을 떠올리지 않나. 하지만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훨씬 많고. 수많은 비정규직 중에 조직되지 않은 분들은 정의당이 자신들을 대변하고 있다고 느낄까. 그렇다고 얘기하기는 굉장히 어렵지 않나. 물론 당도 열심히 해오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진짜 투명인간들이 있는데, 이분들을 대변하는 정당인가에 대해 명확하게 정립해야 한다는 거다. 하위 90%를 대변하는 정당.”

장혜영 정의당 혁신위원장이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lt;한겨레&gt;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장혜영 정의당 혁신위원장이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김종인 비대위는 “다음 대선 승리 토대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혁신위의 목표는 뭔가?

“혁신위의 목표는 지역에서 승리할 수 있는 단단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지역구에선 한 석밖에 못 얻은 데 대한 반성인 건가?

“그렇다. 우리의 오랜 과제다.”

—다음 총선까지도 염두에 두고 간다는 건가?

“우리가 비대위가 아니고 혁신위라는 점을 구분해서 봐주시면 좋겠다. 혁신위는 8월 말 당대회 이전까지 우리 당의 나아갈 비전과 조직 포함한 혁신안을 내는 것이 임무다. 혁신안은 당대회를 통해 선출될 새 지도부가 자기 일을 잘할 수 있는 토대인 것이고, 그걸 잘 만드는 것이 우리 과제다. 이후 비전은 새 지도부한테 물어보는 게 맞다.”

—혁신위의 역할을 제한적으로 상정하는 건가?

“그래서 시스템을 강조하는 것이다. 심상정이 오든 심상정 딸이 오든 누구라도 제대로 자기 실력을 드러낼 수 있는 당 차원의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우리 몫이라고 본다.”

—당명도 바꿀 수 있다고 했는데?

“모든 것에 열려 있어야 한다는 차원이다. 이것만 빼고 혁신합시다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당명을 바꾸는 게 가장 중요한 혁신 과제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혁신은 실행이 관건인데, 직접 책임지고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

“그런 생각을 가지면 이 혁신을 제대로 꾸려나가지 못할 거라고 본다. 제가 혁신위원장을 맡는 순간 이 다음 혁신 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은 제로다라고 정해놓고 출발한 것이다. 그래야 불편부당하게 할 수 있다고 사람들이 느낄 것 아닌가. 우리 당, 나아가 우리 정치에서 제일 먼저 회복돼야 할 것 중의 하나가 그런 종류의 신뢰라고 생각한다.”

—여지는 열어놔야 하지 않나?

“제로 퍼센트.”

—전에 ‘당내에 나 말고도 보석 같은 분들 있다’는 말을 했는데, 어떤 사람들을 얘기한 건가?

“염두에 두고 있는 분들은 없다.”

—일부에선 노회찬·심상정이나 ‘386’에 밀려온 당내 40대 그룹에게 전면에 나설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 않나?

“기회는 당원들이 주는 거다. 간단한 문제라고 본다. 우리는 비례대표 후보도 선거로 선출해온 조직이다. 만약 지금까지 386에 밀렸다면, 왜 당원들이 그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을까 하는 걸 물어봐야 하는 순간이 아닐까.”

—어떤 식으로든 배려할 필요는 없다?

“그게 그분들한테 너무 실례라고 생각한다. 필요하면 그분들이 돌파하면 되는 거다. 실력 있는 분들인데.”

—필요하면 자신들이 도전해서 선택받아라?

“그렇다. 좋은 분들이 많이 계시니까, 다 혁신 당대회에 나오셨으면 좋겠다. 제가 길을 잘 닦아놓을 테니까.”

—2030 세대가 전면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는 보나?

“청년정치는 훨씬 더 활성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뜻이 있다면 당대표 지도부에 도전해야 하고, 제가 아는 사람들만 해도 도전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

—정부·여당과의 관계 설정은?

“혁신위원장 아닌 의원으로서 얘기하면, 코로나 사태가 엄청난 불확실성을 던지고 있는데, 거대한 불평등을 해소해나가는 일을 정부·여당이 잘하면 같이 가는 거고, 미진하다거나 나중으로 미룬다면 열심히 싸워야 하고.”

—‘조국 사태’ 때는 현 지도부의 관계 설정이 논란이 됐다.

“우리 사회는 부동산과 학벌을 통해서 세습 불평등을 만들어나가는 것 아닌가. 조국 장관 때는 입당 전이었는데 그렇게 대응해선 안 되었다고 본다.”

—정치 ‘롤 모델’이 있나?

“없다. 제가 생각하기에 스스로 괜찮은 정치인이면 좋겠다.”

—노회찬이나 심상정을 닮고 싶다든가.

“하하. 좋은 분들이지만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심상정은 심상정이고 장혜영은 장혜영이다.”

—상임위는 기획재정위를 지망한다고 밝혔다. 원래 장애인 인권운동으로 평가를 받았고, 보건복지위를 희망했던 것 아닌가?

“국회 밖에서 투쟁을 할 때도 시작 땐 복지부 장관 이름을 부르다가도 끝날 때는 기재부 장관을 부르게 되더라.”

—지망 상임위도 바꾸고 혁신위원장도 맡고, 직업으로서 정치를 계속할 생각인 것 같다.

“전 원래 어떤 플랜을 길게 갖는 종류의 사람은 아니다. 지금 하려는 일을 잘하면 다음이 있는 거고, 못하면 또 달라지는 거니까. 지금은 직업 정치인이다. 지금 저한테 보이는 건 정치밖에 없다.”

손원제 논설위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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