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추미애 장관(왼쪽)과 지난 2월6일 대검 별관으로 향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일단 수용하면서 한달 넘게 끌던 양쪽의 갈등은 일단락됐다. 여권에선 ‘추다르크’라는 별명답게 강단 있는 태도로 윤 총장의 항명성 행동을 제어했다는 평가가 많지만, 장관과 검찰 간 갈등 구도를 극단적으로 표면화하며 혼란을 부추긴 데는 추 장관 본인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윤 총장의 수사자문단 소집 등은 ‘제 식구 챙기기’라는 의도가 깔려 있기 때문에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합당했다고 보는 시각이 대세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9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장관은 검찰 사무에 대한 최고감독자이고 그 감독자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선 지시를 할 수 있어야 되고 그것도 지시가 관철돼야 하는 부분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장관이) 어떤 지시를 할 때마다 이건 총장을 흔들기 위한 것이라고 얘기하면 지시를 할 수 없다. 그래서 왜 이런 지시를 하게 됐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번 일의 책임은 윤 총장에게 있다. 장관이 지시하면 따르면 되는데 검사장들을 모아 위력을 과시하는 식으로 전국 검사장 회의를 연 것은 항명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의 한 민주당 의원은 “기본적으로 윤 총장의 측근 감싸기에서 이 모든 일이 비롯된 것이다. 추 장관이 강력하게 대응한 것은 공직기강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었다. 합리적이고 단호하게 잘 대응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추미애-윤석열 전면전’으로 번지기까진 거친 언사 등 추 장관의 감정적인 태도도 한몫했다는 시각도 있다. ‘검·언 유착’ 수사 주체를 둘러싼 갈등이 한창이던 지난달 25일, 추 장관은 민주당이 주최한 행사에서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강압수사 의혹 조사를 둘러싼 윤 총장과의 갈등을 언급하며 “지시의 절반을 잘라 먹었다” 등 격한 표현을 썼다. 윤 총장은 이후 추 장관의 공개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문수사자문단 위원을 선정하는 등 지시에 불복했고, 이후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윤 총장의 지휘권 수용에 이르기까지 떠들썩한 공방이 지리하게 이어졌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도 법무부와 검찰이 협력하라(6월22일)고 지시를 했는데 이렇게 공개적으로 서로 공박을 하는 것은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것이다. 극한 갈등으로 발전된 데에는 추 장관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추 장관이 이처럼 갈등을 부각시키는 것은 추 장관이 지지자들에게 인상을 남기고 ‘자기 정치’를 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짚었다.
이번 사태를 거치면서 추 장관의 정치적 위상이 높아졌지만, 윤 총장의 존재감도 함께 올라갔다. 윤 총장이 야권 대선주자 선호도 1위에 오를 만큼 대중의 눈길이 쏠린 데는 추 장관이 많은 기여를 했다는 점 역시 새겨볼 지점이다.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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