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2회 국회(정기회) 제 16차 본회의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하는 가운데 동료 의원들이 공수처법을 반대하는 내용의 피켓을 내걸고 있다.
국회는 정기회 마지막 날인 9일 본회의를 열어 ‘공정경제 3법’ 등 100여개 비쟁점 법안을 처리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과 국가정보원법, 남북관계발전법은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신청으로 이날 본회의 표결이 무산됐다. 이 법안들은 10일 소집되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애초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 신청을 검토했던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법’과 5·18민주화운동특별법은 국민의힘의 막판 입장 선회로 이날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이날 오후 3시에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는 감사위원 선출에서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3%룰’이 포함된 상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등 민주당이 추진해온 공정경제 3법이 모두 가결됐다. 다만 공정경제 3법은 정부 원안과 다르게 사외이사를 감사위원으로 선출할 경우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산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3%를 적용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유지하는 등 재계의 입장이 상당 폭 반영된 개정안이 통과됐다. 공정거래법의 경우, 지난 주말 열린 고위 당정청협의회에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유지하는 쪽으로 민주당과 청와대가 뜻을 모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도 경찰 기능을 경찰청·국가수사본부·자치경찰로 나누는 경찰법 개정안 등도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아이엘오 3법’(노동조합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도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이번 법안 통과로 해고자, 교원을 제외한 교육·소방공무원의 노조 가입이 가능해졌으며 단체협약 유효기간 상한이 2년에서 최대 3년으로 연장됐다. 또 아동 대상 성범죄로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받은 사람에게 외출·접근금지 명령을 추가로 내릴 수 있는 등 강화된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통과됐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비쟁점 법안 처리를 마친 뒤 공수처법 개정안의 문제점 등에 대한 필리버스터에 나섰다. 필리버스터는 정기국회 회기가 끝나는 10일 0시를 기해 자동종료된다. 민주당은 공수처법과 국정원법,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12월 임시국회를 소집해둔 상태다. 임시국회 본회의가 열리면 필리버스터가 종료된 공수처법 개정안이 자동상정돼 표결 절차를 밟게 된다. 국민의힘은 공수처법 표결이 끝나면 국정원법에 대한 필리버스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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