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들이 9일 국회 본회의장 입구에서 본회의에 참석하는 여당 의원들을 향해 공수처법 저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의 거부권’을 무력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당 입맛대로 공수처장을 고를 수 있게 되면 공수처가 대통령 뜻대로 움직이는 조직이 될 것’이라는 게 비판의 요지다. 법 개정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 출범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9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공수처법 개정안의 핵심은 7명으로 구성된 처장후보추천위원회의 의결정족수를 ‘6명 이상’에서 ‘재적위원 3분의 2’, 즉 5명으로 변경한 것이다. 추천위는 당연직 위원 3명,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되었던 정당의 교섭단체가 추천한 위원 2명, 그외 교섭단체가 추천한 위원 2명으로 구성된다. 여당이 교섭단체(20석)만 구성하면 위원 2명의 추천권을 가지기 때문에 당연직 위원과 함께 의결정족수(5명)를 맞출 수 있는 구조다. ‘대통령 뜻대로 좌지우지되는 조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20대 국회에서 민주당과 정의당 등이 참여한 ‘4+1 협의체’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 구성을 설계할 당시엔 3개 이상의 교섭단체가 있는 다당제를 염두에 뒀기 때문에 야당 몫 추천위원 2명에게 거부권을 주더라도 충분한 협의를 거치면 공수처장 출범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 오히려 민주당은 지난해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을 때마다
‘야당 거부권’을 명분 삼아 반박해왔다. 이 때문에 이번 법 개정은 민주당 스스로 명분을 훼손한 일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지난달 24일 당 의원총회 머리발언에서
“지난해 공수처법을 처리할 때의 가장 큰 명분은 야당의 강력한 비토권이었다”며 “그런데 공수처를 설치도 하기 전에 야당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법 개정을 강행한다면 입법부인 국회가 웃음거리가 될 일”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본회의 통과를 앞둔 공수처법 개정안대로라면, 향후 의석 구도가 바뀌더라도 여당은 항상 2명의 후보 추천위원을 확보하기 때문에 당연직인 법무부 장관 몫 추천위원까지 합해 3명이 뭉치면 여당 뜻에 맞지 않는 후보는 절대 통과시킬 수 없다.
하지만 민주당은 ‘야당 거부권을 없애도 여당 입맛대로 처장을 추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 최고위원은 “야당 비토권이 사라진 건 맞다. 하지만 우리 입맛대로 추천하려면 당연직 위원인 법원행정처장(현직 대법관)과 이익단체 대표인 대한변호사협회장이 ‘무조건 여당 편’이라는 전제가 필요한데, 비현실적이다”라고 말했다. ‘일단 출범시킨 뒤 잘 운영하면 논란이 사라질 것’이라는 기류도 있다. 한 법사위원은 “어떤 명분으로 법을 개정할 것이냐를 두고 고민을 하긴 했지만 일단 출범시키는 게 우선이었다”며 “처장 임명 과정을 보면 ‘대통령 뜻대로 좌지우지된다’고 볼 수 있겠지만, 일단 처장이 임명되면 대통령이 관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원철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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