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연 위원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6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28일 처장 후보로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과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추천했다. 법 시행(7월 15일) 166일 만이다. 김 연구관은 판사 출신이고 이 부위원장은 검사 출신으로, 모두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한 후보들이다.
■ 야당 추천위원 퇴장 속 의결
추천위는 이날 오후 2시 6차 회의를 열고 “야당 추천위원들을 제외한 나머지 위원들이 2차례 표결 끝에 두 후보자를 위원 전원 찬성으로 공수처장 후보자로 추천할 것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야당 추천위원인 이헌 변호사와 한석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의결 절차 강행에 항의해 퇴장했다. 이 변호사는 회의장을 나오면서 기자들과 만나 “야당 비토권이 박탈된 상태에서 이뤄진 회의였고 새로 추천된 한석훈 추천위원이 후보를 추천한다고 하고 심사를 위해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다른 추천위원들이 (표결 절차를) 강행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야당 추천위원들은 참여하지 않기로 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추천위는 보도자료에서 “회의 시작 직후 한석훈 위원은 심사대상자 추가 제시 및 자료요구 권한이 새롭게 행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회의에서 위원 전원의 동의로 더 이상의 후보자 추천 없이 후보자를 선정하기로 의결했기 때문에 이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 1월 출범 가시권
법 시행 166일 만에 처장 후보 2명이 추천되면서 공수처 1월 출범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종 후보자 1명 지명해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는 제출일로부터 20일 이내에 청문회를 마쳐야 한다. 청문회를 거친 뒤 문 대통령이 지명자를 처장에 임명하면 공수처 출범을 위한 ‘8부 능선’을 넘게 된다.
처장은 공수처 조직 구성에 돌입하게 된다. 공수처에는 차장과 수사처검사, 수사처 수사관 등이 필요하다. 차장은 처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공수처의 핵심인 수사처검사는 7명으로 구성된 인사위원회의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인사위원회는 처장, 차장, 처장이 위촉한 1명, 여당 추천위원 2명, 야당 추천위원 2명으로 구성된다. 위원회는 과반수 찬성으로 수사처검사 후보를 추리게 된다. 수사처 검사의 임기는 3년이다. 3회 연임이 가능해 최장 9년까지 일할 수 있다.
공수처의 수사대상은 △대통령 △국회의원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국가정보원 3급 이상 공무원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 등으로, 전체 규모가 7000여명에 이른다. 수사대상인 고위공무원의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최대 65명인 공수처가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초기에는
검사 비위 혐의에 대한 수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수사대상엔 ‘검찰총장’도 명시되어 있다. 법무부가 수사 의뢰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권남용 혐의(‘재판부 성향 분석 문건’ 작성 지시) 사건은 현재
서울고검에 배당돼 있는데, 공수처가 원한다면 이 사건을 가져갈 수도 있지만 이 경우 또다시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 민주당 “환영”, 국민의힘 “법적 대응”
더불어민주당은 환영했다. 최인호 당 수석대변인은 “추천된 김진욱·이건리 후보자는 법조계에서 오랜 경험과 전문성은 물론 주변 신망까지 두텁게 받고 있다”며 “두분 모두 중립적기관 추천으로 공정성과 중립성 필요한 초대 공수처장으로 가장 적임인 분들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공수처를 1월 중에 반드시 출범시켜서 권력기관개혁 차질없도록 최선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 수석대변인은 브리핑 뒤 기자들과 만나 “대표님과 지도부 의원들은 ‘좋은 분들이 됐다’는 반응이었다”며 “한분은 판사 출신이고 한분은 검사출신이라 임명권자의 선택 폭을 상당히 넓힌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야권은 추천위의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입장을 내어 “야당의 거부권이 박탈된 개정법에 따라 진행된 절차인 데다 새로 위촉된 한석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추천권, 후보자에 대해 제대로 검증할 권한이 박탈된 채 민주당 추천위원과 이에 동조하는 단체들의 결정으로 이뤄졌다. 독립적·중립적이지 않은 공수처장 임명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고 했다.
야당 몫 추천위원들은 추천위의 결과 발표가 나오자 후보 의결 과정에 대한 행정소송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추천한 이헌 변호사는 <한겨레>에 “서울행정법원에 의결무효확인 행정소송과, 의결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 또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할 것”이라고 강하게 맞섰다. 이 변호사는 또 29일에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공수처법 위헌 심판에 대해 신속한 결정을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돌입할 예정이다.
김원철 김미나 기자
wonch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