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인근에서 열린 국민소통·민심 경청 프로젝트 ''찾아가는 민주당'' 현장 방문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직장인,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경청한 뒤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4·7 재보선 참패 뒤 쇄신안을 마련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의 계획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 출간과 맞물려 꼬이고 있다. 지도부가 마련한 민심 청취 현장에선 ‘조국 사태’에서 불거진 당의 ‘내로남불 행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는데, 당내에선 회고록 출간을 계기로 조 전 장관을 옹호하는 발언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떨쳐내야 하는 부정적 이미지가 되레 부각되는 상황이 되자 당 지도부에 ‘입장 정리’를 요구하는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31일 서울 여의도역 인근에 부스를 설치하고 길거리를 오가는 직장인들과 주민, 소상공인들을 만났다. 지난 일주일간 가동한 ‘국민소통 민심 경청 프로젝트’의 마지막 일정이다. 송 대표는 “민주당이 그동안 국민이 진정으로 바라는 어젠다에 소홀하지 않았는가에 대한 반성과 고찰이 있었다”며 소회를 전했다. 앞서 민주당 지도부는 청년들과 만남, 군부대 방문, 의료 현장 간담회를 통해 ‘쓴 소리’를 들었다.
송 대표는 오는 2일 취임 한달 기자간담회를 겸해 민심경청 프로젝트를 결산하는 대국민 보고회를 열 계획이다. 전국 각지에서 보고된 민심까지 정리해 쇄신안을 발표하는 자리인 만큼, 조국 사태와 관련해 사과 등의 입장 표명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송 대표는 그동안 민심경청 현장에서 나오는 조 전 장관 비판 등을 수긍하는 태도를 보였다. 지난 25일 청년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조국, 오거돈·박원순 사태부터 시작해 우리 당의 내로남불, 부동산까지 당이 찔끔찔끔 ‘피해 호소인’ 같은 말로 논란을 빚기도 했고 명쾌하고 정확하지 못했다”며 그간의 잘못을 반성하기도 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송 대표가 여러 이야기를 잘 들어보고 관련된 판단을 하겠다(고 했다)”며, “경청 프로젝트가 완료됐기에 그 내용을 잘 들여다보고 정리하겠다”고 전했다.
조 전 장관 회고록 출간일과 보고회가 시기적으로 맞물리면서 당내에서는 ‘이참에 조국 사태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표명하자’는 의견들이 나온다. 지도부가 조국 사태에 대한 매듭을 짓지 않고 넘어갈 경우, 쇄신 행보의 진정성이 퇴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4·7 재보궐선거의 패배의 원인을 돌아보며 민심을 경청하는 프로젝트를 한창 진행하는 중에 하필 선거패배의 주요한 원인 제공자로 지목되는 분이 저서를 발간하는 것은 우리 당으로서는 참 당혹스러운 일”이라며 “송 대표를 중심으로 ‘조국의 시간(회고록)’에 대해서 명쾌하게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용진 의원도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조국 사태의 진전과 대응을 놓고 민주당이 보여줬던 일들 중에 내로남불로 보이는 일들은 없었는지, 이런 문제에 대해서 반성할 부분들이 있다면 당에서 책임 있게 표현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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