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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이준석, 기득권과 투쟁의 드라마 썼으나 트럼프 선동 정치와 흡사”

등록 2021-06-01 16:05수정 2021-06-02 09:11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 인터뷰
“이준석은 ‘프리패스 하이웨이’ 정치인…보통 이대남과 달라”
”선동 아니라 청년들의 실질적 삶의 문제 해결해야 청년정치”
“‘진보진영은 왜 대중적인 젊은 정치인 못 키웠나’ 성찰해야”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정의당사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정의당사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당위성에 머물던 ‘청년 정치’가 세대교체라는 ‘실체’로서 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다. 36살의 나이로 제1야당의 리더를 넘보는 이준석을 지켜보면서, 다른 정당의 청년 정치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들이 처한 조건과 상황은 이준석과 어떻게 다를까. 또 이들이 꿈꾸는 ‘이준석과 다른’ 청년 정치의 이상은 무엇일까. 정의당 내부의 정당, 청년정의당 강민진 대표에게 물어봤다.

정의당의 내부 정당 성격으로 출범한 청년정의당은 정의당으로부터 독립된 인사권과 예산권을 행사하는 자치 조직이다. 정의당이 하나의 집이라면 청년들이 온전하게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방 한 칸이 생긴 셈이다. 그 ‘독립 공간’을 책임지는 강민진(26) 청년정의당 대표. 95년생이니 여의도에서 ‘대표’라는 직함이 붙은 정치인 중 가장 젊다. 지난 3월24일 청년정의당 초대 대표로 취임한 지 벌써 두 달. 기성 정치인들의 꼰대 발언이 튀어날 때마다 민첩한 대응으로 존재감을 드러내 왔지만 ‘들러리’ ‘장식품’에 비유되며 주변부에 머물렀던 청년들의 목소리를 여의도 중심부 깊숙이 닿도록 하려면 갈 길이 멀다. 30일 서울 여의도 정의당사에서 강 대표를 만났다.

“청년정의당은 ‘검열되지 않은 청년 목소리’ 표출되는 공식 통로”

-당내 청년위원회에서 활동할 때와 청년정의당은 어떤 차이가 있나?

“독일을 비롯해 이미 해외 정치 선진국에선 당내 당으로 청년당을 만들어 운영한 사례가 많다. 청년들이 권한 갖고 스스로 책임지며 성장하는 공간을 만든 것이다. 정의당도 새로운 세대의 목소리가 검열되거나 삭제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표출될 수 있는 공식적인 통로가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청년정의당이 집중하는 과제가 무엇인가?

“플랫폼 노동자·프리랜서를 계속 만나고 있다. 전태일 열사가 외친 ‘근로기준법’으로 포괄할 수 없는 노동자들이 너무 많아졌다. 노동자의 권리 바깥에서 겪는 노동자 문제는 청년들이 가장 먼저 겪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노동법 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준석 돌풍’으로 청년정치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나는 사실 이준석에 대해 많은 비판을 해왔던 사람이지만 큰 틀에서 보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과거 국민의힘이 ‘북한 빨갱이’로 연명해왔다면 이준석으로 대표되는 국민의힘 새로운 세대는 기존과 다른 어젠다로 보수의 정체성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이준석은 예전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에선 당내 권력에 충성하거나 당원들과 막걸리를 많이 마시는 순으로 공천을 받는다’라고 하면서 당내 기득권을 비판해 왔다. 기성 권력과 투쟁의 드라마를 써온 데 대해 국민들이 반응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정당에서도 오랫동안 굳어졌던 기성 권력이 도전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이제 외국처럼 30대 유력 정치 거물이 탄생하는 것인가 기대감을 갖다가도, ‘왜 하필 이준석인가’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왜 진보진영에서는 이준석처럼 대중적 소구력이 있고 당내 기성 권력과 맞붙을 수 있는 정도의 새로운 세대를 키워내지 못했는가 성찰도 해야 한다.”

-우려되는 부분은 무엇인가?

“이준석의 정치는 상당히 많은 부분 트럼프와 닮아 있다. 지금은 청년들이 경제적으로 너무 불안정한 시기 아닌가. 그런데 부의 공평한 재분배나 구조적 변화를 통한 약자들의 삶의 질 변화를 꾀하는 방향으로 정치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 이대남을 힘들게 한다’는 식으로 진짜 원인을 가려버린다. 기득권 상대로 싸우게 하는 게 아니라, 처지가 같은 ‘을’인 동료 청년 여성들을 상대로 싸우도록 선동한다. 공정한 경쟁이라는 외피를 쓰고 이 사회에 존재하는 구조적 차별과 폭력을 부인하는 이준석류 정치에 어떻게 대항할 것인가가 진보 정치의 고민이다. 이수역 사건·지에스(GS) 편의점의 손가락 홍보물 같은 것을 계속 정치 의제로 끌어오면서 여성들을 조롱하고 희화화하고 음모론을 제기하는 행동에는 단호한 평가가 당연히 필요하다. 이번 기회에 진지하게 말씀드리자면, 그런 식의 극단적인 언사는 좀 안 했으면 좋겠다. 저는 이준석이 젠더 문제에 진짜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노이즈 마케팅으로 인지도를 쌓는 전략적 측면이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한다. 젠더와 관련해 극단적 발언하면 언론에서 다 써주는 거 누가 모르나. 그러나 정치인이라면 진영과 상관없이 어떻게 하면 더 나은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하는가 고민해야 한다. 정치인으로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즉 금도가 있는 법인데 그는 선을 많이 넘었다. 우리 정치에 부정적 영향을 더 많이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준석의 삶엔 ‘이선호’같은 이대남이 없다”

-이준석 현상에 대한 평가가 매우 복합적이다.

“이준석 본인이 보통 청년들하곤 매우 유리된 삶을 살지 않았나. 하버드대 나왔고,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표한테 ‘픽’(pick) 돼서 ‘프리패스 하이웨이’ 같은 길로 어마어마한 고속 성장하신 분 아닌가. 지금 ‘0선’이라 하더라도 온갖 방송에 나와서 인지도 쌓았다. 이준석처럼 살 수 있는 청년은 이 세상에 굉장히 드물다. 이준석 본인이 ‘이대남’ 대변하는 정체성 가진 것 같지만, 대부분의 이대남은 이준석처럼 살지 않는다. 평택항에서 산업재해로 돌아가신 이선호처럼 많은 이대남들은 위험한 노동 현장에서 일하다 많이 다친다. 만약 이 사회의 젊은 남성들을 위해 정치 하겠다고 하면 그런 문제에 관심 갖고 목소리 내야 하는 거 아닌가. 하지만 이준석이 이선호에 대해 언급한 것을 본 적이 없다. 이준석의 삶엔 이선호 같은 이대남은 없는 거다. 그의 말대로 여성할당제가 없어지면 남성 청년들이 살기 좋아질까? 이선호 같은 청년은 여성할당제 때문에 고통받는 걸까? 이준석의 발언이 대중의 정서적 반응을 끌어낼 순 있어도 가난하거나 평범한 청년들의 실질적인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는 동떨어져 있다.”

-청년들은 왜 더불어민주당에 마음을 못 준다고 생각하나?

“우리 윗세대 경우엔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는 의식이 좀 있어서 ‘대의를 위해서라면 작은 부정은 좀 넘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 있다면, 지금 청년세대에선 누구 편이라는 진영 의식이 별로 없다. 대부분 무당층이고 어떤 정당을 지지한다는 정체성이 별로 없다. 이 때문에 어떤 측면에서는 굉장히 객관적 평가를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대의를 외치면서도 실천은 안 하는 모습이 많은데, 자연히 청년들은 이에 훨씬 더 예민하게 반응해 분노하고 실망한다. 만약 애초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가 없었더라면 분노·실망도 없었을 텐데 우리는 세월호로 또래를 잃은 세대이고, 국정농단 때 촛불을 들어 대통령을 끌어내리면서 엄청난 정치적 효능감을 맛본 세대다. 모두 다 문 대통령을 찍진 않았더라도 문재인 정부를 촛불정부로 생각했고, 공정한 나라, 서민과 약자·노동자도 존엄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기대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인사들은 엄청 깨끗하고 진보적인 줄 알았더니 사실은 자녀들한테 특혜를 주고 있었고, 부동산 기득권을 놓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주거권을 보장하는 방향인 줄 알았는데 이명박·박근혜 때보다 집값이 훨씬 더 오르지 않았나. 민주당에 충실한 분들은 그럼에도 문 대통령에게 힘 실어주려 하겠지만 청년들은 정당 일체감이 별로 없기 때문에 약속 안 지키는 정부에 실망하는 거다.”

-정의당도 지지를 많이 못 받고 있는데.

“우리의 부족한 점을 꼽으라면 많다. 그런데 거대 양당 구조에서 소수 정당이 마이크를 쥐기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민주당 정부의 실책으로 인해 청년들에게 민주당도 기득권 정당이었구나 하는 인식이 명백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아닌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의 힘을 어떻게 정의당이 모을 것인가, 정의당이 하나의 플랫폼이 돼서 기득권에서 배제된 사람들, 특히 소외된 청년들과 어떻게 손잡고 가느냐가 내년 대선까지의 과제일 것이다. ”

■ 강민진은 누구?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중학교 2학년 당시 학교의 폭력적인 체벌에 반기를 들고 자퇴했다. 그 후로 10년간 ‘쥬리’라는 예명의 학생 인권 활동가로 활약하며 ‘청소년 참정권 운동’에 매진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 등을 지내며 국회 앞에서 노숙 농성을 벌이는 등 선거 연령을 만 18세로 낮출 것을 정치권에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지난 2015년 정의당 입당 이후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위원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특히 정개특위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여야의 선거법 개정 논의에 선거 연령을 낮추는 내용이 포함되도록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난 2019년 심상정 정의당 대표에 의해 ‘청년 대변인’으로 발탁되면서 정치권에 이름을 알렸다. 정의당이 4.15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출범한 혁신위원회의 ‘입’으로도 활동했다. 당시 심 대표가 류호정·장혜영 의원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조문을 거부한 것을 두고 사과하자 “두 의원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발언을 내놓았어야 한다”며 소신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3월 청년정의당 1기 대표를 뽑는 선거에 단독 출마해 81.3%의 찬성률로 당선됐다. 강 대표는 지난 3월 취임사에서 “평소 청년 삶을 정치의 중심에 놓지 않은 채 선거 전후로 청년을 찾는 기성정당의 행태는 지겹도록 반복된 역사”라며 “최악을 피하려 차악을 강요당하는 양당 정치의 고리를 끊어내겠다”고 밝혔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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