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청년 최고위원이 1일 오전 국회 본관의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당위성에 머물던 ‘청년 정치’가 세대교체라는 ‘실체’로서 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다. 36살의 나이로 제1야당의 리더를 넘보는 이준석을 지켜보면서, 다른 정당의 청년 정치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들이 처한 조건과 상황은 이준석과 어떻게 다를까. 또 이들이 꿈꾸는 ‘이준석과 다른’ 청년 정치의 이상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 이동학 최고위원의 생각을 들어봤다.
이동학 최고위원은 2015년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에서 청년 혁신위원으로 활동했다.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잘못으로 재·보선을 실시할 때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 조항을 이때 혁신위가 만들었다. 당시 그의 나이 33살이었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곤 ‘86세대의 용퇴’를 공개적으로 주장했지만 당내 경선에서 패배해 출마하지 못했다. 그가 도전했던 지역구는 서울 노원병이었고 당시 총선에 출마했던 사람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었다. 그 뒤 2년 동안 61개국을 돌면서 견문을 넓힌 그는 올해 송영길 대표의 지명으로 ‘청년 최고위원’ 직함을 달고 민주당으로 돌아왔다. ‘국민의힘 이준석 돌풍’에 민주당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 시점에 ‘민주당 소속 청년 정치인’의 생각이 궁금했다. 1일 국회 본청에서 그를 만났다.
“우리 모두 평등하게 태어나지 않았다…이준석 ‘할당제 폐지’ 동의 못해”
–청년 최고위원이 돼 민주당으로 돌아왔다. 소감이 어떤가.
“과분한 제안이라고 생각했다. 청년 최고위원인데 나이가 마흔, 만으로 서른아홉이다. 당에서 오래 같이 활동한 후배들한테는 미안하다. ‘초고령 사회를 어떻게, 누가 대비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전 세계를 돌며 저출산·고령화, 연금, 일자리, 세대 갈등, 복지, 의료 문제와 관련해 인터뷰를 했다. 지금 청년을 둘러싼 코인, 주택, 일자리, 젠더 문제 모두 근본 원인은 초고령 사회가 아닌가. 노동 시장 포화 상태에서 청년들이 세계 각 도시가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또는 해결하지 못해서 어떤 파국을 맞았는지 찾기 위해 노력했다. 늦깎이로 막차 타고 최고위원을 맡게 됐으니 청년들을 위한 더 많은 기회와 더 많은 공간 확대를 위해서 노력하겠다.”
–올해 4·7 재보선에서 2030 청년들의 민주당 지지가 급락한 반면,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 특히 젊은 남성층의 지지율이 크게 올랐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그동안 민주당에 2030은 ‘상수’였다. 청년 가운데 50~60% 정도 민주당을 지지하는 젊은 세대 표심이 있었는데, (재보선에서) 완전히 뒤집어졌다. 기성세대는 집을 샀지만, 청년들은 평생 노력해도 집을 살 수 없다. 노동 시장은 포화 상태고, 일자리는 없으며 소득은 낮다. 불행하다. 선거 과정에서 그에 대한 답과 신뢰를 줬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준석 돌풍’을 어떻게 평가하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스스로 누적한 힘이 있다. 일단 엘리트이고 말도 잘하고 똑똑하고 빠르게 판단해서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사람들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듯하다. 그런데 사실 국민의힘은 민주당보다 소위 더 ‘고루한’ 정당이다. 최근에 나온 조사에서 민주당은 ‘40·50대 꼰대’ 이미지인데 국민의 힘은 ‘60·70대 꼰대’로 나온다. 그런 국민의힘에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아주 참신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가 ‘세대 전선’을 리드하는 데 대해서는 응원하는 입장이다. 다만 그가 이야기하는 ‘공정한 경쟁’이라는 것, 할당제 폐지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와 관련한 사회적 논쟁을 해야 한다.”
–이 전 최고의 ‘안티 페미니즘’ 발언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정당에서 여성을 할당하지 않는다면 국회는 50·60대 남성이 장악하게 돼 있다. 다른 나라도 비슷하다. 할당을 없애면 그런 문제가 생긴다. 50·60대 남성 중심 국회에서 무슨 의제를 논의하겠나. 이 전 최고위원이 이야기하는 할당제 폐지는 사회에 기본적으로 깔린 논쟁의 영역을 ‘공정’이라는 테제로 밀고 나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새로운 공정한 경쟁 프레임을 가지고 온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평등하게 태어나지 않았고 출발이 다르다. 젠더 문제도 마찬가지다.”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젠더 갈등이 극도로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른바 ‘일베 현상’이 있었고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극단적인 형태의 페미니즘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러한 양극단의 주장을 우리 사회가 수용하기 어려우니 선을 긋고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정치에서 다뤄야 한다. 이 문제를 단순히 젠더 갈등으로, 상호 분노를 일으키는 방식으로 번지게 두면 곤란하다. ‘페미니스트 대통령’(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때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을 표방한 여당이 성비위 사건이 일어나자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 그런 것에 명확히 사과하고 바로잡고 가야 한다. 당 내부에서 치열하게 토론해야 하는데, 사실 내부적으로 토론하기 어려운 분위기도 있는 듯하다. 민주당은 그동안 여성 문제를 여성 의원에게만 맡기지 않았나. (젠더 문제는) 민주당이 정면으로 다뤄야 하는 문제다.”
–민주당에서 소위 ‘86세대’들의 목소리가 너무 강해 청년 정치인들을 제대로 키워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생각이 다른, 기성세대가 보지 못하는 어젠다를 끌어내는 청년이 중요하다. 기후위기, 초고령화, 프리랜서, 비정규직 등 정당에서 제대로 의제화되지 못하지만 중요한 문제가 많다. 그런 문제를 의제화시킬 수 있는 시각과 행동력 가진 분들이 필요하다. 기성세대는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책임은 청년이 지게 돼 있는 구조다. 청년, 기성세대 따로 테이블을 만들지 말고 같이 논의할 장을 만들어야 한다.”
–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청년세대를 겨냥한 듯한 ‘현금성 복지’ 공약들을 발표하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단순히 포퓰리즘 정책으로 보고 공격할 일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논의할 만한 문제다. 한국 경제가 세계 10위권에 들어왔다. 언제까지 젊은 인력을 싸게 이용할 건가.”
–민주당이 청년세대 지지를 받기 위해서 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그동안 민주당이 청년을 제대로 대변하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나. 젠더나 2030문제가 불거지면 회피하거나 무신경하지 않았나. 일단 민주당의 잘못을 인정하고, 어떻게 바로잡을지 이야기해야 한다. 그리고 언행일치가 중요하다. 지금은 ‘반칙’이 너무 많다. 부동산, 엘에이치(LH) 사태 등 여러 문제에서 반칙이 일어나는데 민주당이 이를 바로잡으려 한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청년 최고위원이 1일 오전 국회 본관의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 출간으로 여당 안에서 여러 가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조국 사태’를 어떻게 정리해야 한다고 보나.
“조 전 장관은 민주당의 가족이다. 마음이 가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사안을 해명하기 위한 책 출간은) 너무 이른 감이 있다. 검찰과 윤석열 전 총장이 얼마나 폭력적인 방식을 썼는지 공개해서 ‘검찰 사태’를 재해석할 부분도 있겠지만 지금 시민들은 어떤 이야기를 해도 차분히 듣기 어려운 상태다. 그런데 민주당이 국민 평가 앞에 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사람들이 차분해지는 시점에 이 문제를 다시 다룰 수 있지 않겠나.”
–지난 31일 처음 참석한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선 출마 연령을 낮추고 중임제 개헌을 하자고 주장했다. 가능할까.
“박정희 쿠데타 이후 만들어진 대선 출마 연령 40살 제한 조항은 누가, 왜 어떤 이유로 만들었는지 모호하다. 설득도 안 된다. 낡은 헌법의 잔재다. 그래서 ‘장유유서 헌법’이라고 했다. 시대착오적이다. 지금 야당에서 청년이 당 대표가 되려고 하는 상황이다. 야당과도 얼마든지 조율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특히 국회의원, 지방의원 나이 제한(25살) 조정은 여야 합의로 선거법만 고치면 된다. 과거 야당엔 ‘2030세대는 민주당 성향 유권자’라는 걱정이 존재했지만 지금은 아니기 때문에 선거법 개정이 더욱더 가능하다.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일회용 정부’다. 책임정치에 한계가 있다. 미래세대가 맞이할 환경 문제에 대응하려면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지 않겠나. 지금은 계획이 있어도 5년짜리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미래 세대에게 결정을 미루는 꼴이 아닌가. 미래에 대한 계획을 탑재한 정당으로 가는 길, 그 길로 갈 때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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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학은 누구?
이동학 최고위원은 1982년생, 올해 39살이다. 대전공업고등학교 재학 당시 학생회장을 지내며 두발자율화 운동을 주도했고, 해병대 전역 뒤 노점상을 운영하다 20대 초반 열린우리당 창당 행사장에서 의자를 나르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정치권과 인연을 맺었다. 국회의원 선거와 당내 전국청년위원장 선거에 각각 3차례, 2차례 도전했지만 모두 낙선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김상곤 혁신위’에서 활동한 뒤 2016년 4·13 총선을 앞두고 “불공평과 불공정, 부정부패를 바로 잡고 변화시키며, 새로운 미래,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해 함께 나서겠다”며 서울 노원병 예비후보로 등록했지만 당내 경선에서 황창화 전 국회도서관장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그 뒤 전 세계가 고령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탐구하기 위해 2년여 동안 전 세계 61개국 157개 도시를 돌던 도중 전 지구적인 ‘쓰레기 문제’에 주목하게 됐다. 지난해 시민단체 ‘쓰레기센터’를 설립해 쓰레기 줄이기와 관련 법제 정비 등 지구환경 문제 해결에 힘쓰고 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