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검사 출신인 김홍일(67)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명했다. 지난 1일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면직된 지 닷새 만이다.
윤 대통령은 방송·통신 분야 전문성이 전무한 자신의 검찰 시절 선배를 방통위원장 후보자로 지목하며 방통위의 독립성보다는 정부·여당에 유리한 미디어 환경을 만들겠다는 뜻을 분명히 나타냈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김 후보자 지명을 발표하며 “업무 능력, 법과 원칙에 대한 확고한 소신,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있는 감각으로 방통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켜낼 적임자라고 판단한다. 방통위에는 현재 각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충돌하는 현안이 산적해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공명정대한 업무처리가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공정한, 그리고 독립적인 방통위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7월3일 국민권익위원장에 임명된 그는 5개월 만에 방통위원장 후보자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김 후보자는 방송, 통신 등 미디어 분야 경력이 전혀 없는 검사 출신이다.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장, 중앙수사부장, 부산고검장 등을 지낸 그는 검사 생활 27년의 대부분을 조직폭력 수사 등 강력부에서 보냈다.
그가 중수부장일 때 윤 대통령이 그 아래 중수2과장이었다. 김 후보자는 지난 대선 때는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정치공작진상규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전문성 부족과 방통위 독립성·공정성 훼손에 대한 지적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방송 장악의 꿈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의 선언이다. ‘특수통 검사’가 어떻게 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이끌어간다는 말인가”라며 윤 대통령에게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변인도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이 저주한 대로 제2의 이동관이 끝내 나타났다. 더 노골적 언론장악 의욕이 보인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총선을 앞두고 방송을 장악하고 집권세력에 불리한 보도를 통제하겠다는 노골적인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논평했다.
윤 대통령은 또 이날 교육부 차관과 국가보훈부 차관에 오석환(59) 대통령실 교육비서관과 이희완(47) 해군 대령을 각각 내정했다. 이 차관은 2002년 6월 제2연평해전 때 357정의 부정장으로 전투에 참여해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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