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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침묵, 침묵, 그리고 침묵, 박 대통령 언제까지?

등록 2013-10-22 20:03수정 2013-10-24 10:40

<b>대통령 표정도 어둡고</b>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뒷줄 오른쪽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대통령 표정도 어둡고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뒷줄 오른쪽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국정원 대선개입·검찰수사 외압 등 껄끄러운 현안 ‘비켜가기 전략’
청 “언급한다고 달라질 게 없다”…여권 일각 ‘방치하다 악화’ 우려
박근혜 대통령이 또다시 주요 국정 현안에 입을 다문 채 긴 ‘침묵 모드’에 들어갔다. 불리하거나 껄끄러운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경제활성화’를 강조하며 사안의 핵심을 비켜가고, 국회발 논쟁을 백해무익한 정쟁으로 매도하는 대응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최근 파장이 커지고 있는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사건, 이와 관련된 수사 외압 등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회의시간 내내 경기회복 등을 역설했다.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사건을 수사해 온 특별수사팀장이 법무부의 외압과 국정원의 수사 방해 등을 털어놓았고, 검찰 수사정보의 여당 유출 의혹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데도, 박 대통령은 이런 사안이 터졌을 때 단골로 사용해온 “원칙적 처리” 수준의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그 대신 박 대통령은 국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야당과 정치권을 싸잡아 몰아세웠다. 박 대통령은 “국정감사에서 다른 의견을 개진하고 발전적 제언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모든 것들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어야 하고,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또 “지금 정부와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국회에 외국인 투자촉진법안과 부동산시장 관련 법안 등 각종 경제활성화 법안들이 통과되지 못하고 계류 중에 있다”고 비판했다. 국정원과 군부대까지 나서 대선에 개입하려 한 국기문란 사건이 국정감사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라있지만, 박 대통령은 ‘국정감사=경제활성화’라는 이상한 논리를 내세워 마치 국회가 소모적인 정쟁을 벌이고 있다는 인상을 준 것이다.

정치권의 현안에 대해서는 대외적으로 ‘침묵과 선긋기’로 일관하며, 이를 통해 민생과 경제활성화에 ‘올인’하고 있는 대통령을 정치권과 대비시키려는 이런 청와대의 전략은 지난 8월 김기춘 실장을 비롯한 ‘2기 참모진’들이 들어선 뒤 더 강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지시 등으로 ‘찍어내기’ 논란이 불거진 직후에도 이번과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박 대통령은 당시에도 국무회의를 통해 야당의 발목잡기로 민생법안이 통과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야당이 장외투쟁을 고집하면 국민적 저항 부딪힐 것”이라며 야당에 날을 세운 바 있다.

청와대는 내부적으로 박 대통령의 침묵에 대해 ‘진행 중인 사건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국정원 사건 등을 언급한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고, 언급을 하면 야당은 또 ‘수사 지침’을 준 게 아니냐고 비판할 게 뻔하다”고 말했다. 당분간 국회에서 공방이 계속될 사안에 대해 청와대까지 발을 담가 판을 키울 필요가 없다는 판단도 깔려있는 듯하다.

다만, 여권이나 청와대 일부 참모들 사이에선 ‘무턱대고 방치하다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 정부에서 임명한 남재준 국정원장과 황교안 법무장관 등에 대한 책임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야당에 강경 대응으로만 일관해 결국 국정 파행이 장기화되면, 그 책임론은 고스란히 청와대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국정원 수사를 둘러싼 ‘배드가이’들 [한겨레캐스트 #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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