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오전 국회 시정연설에서 내년도 예산안과 국정운영 방향을 설명하며 국회의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뉴스분석 박 대통령 첫 시정연설
“국정원 개혁 등 야당 제기 문제
국회서 합의 나오면 존중할 것”
대치정국 방관적 태도 안바꿔
새누리 “국정원특위 수용” 제안
민주당 “특검도 수용해야” 거부
“국정원 개혁 등 야당 제기 문제
국회서 합의 나오면 존중할 것”
대치정국 방관적 태도 안바꿔
새누리 “국정원특위 수용” 제안
민주당 “특검도 수용해야” 거부
꽉 막힌 정국을 풀어낼 참신한 제안은 이번에도 없었다. 현안의 무게가 더해지고 시간이 흘러도 인식과 해법은 종전 그대로였다.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려는 양보와 타협은 보이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국회를 찾아 첫 시정연설을 했지만, 정국의 경색을 몰고 온 주요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은 마치 ‘녹음기’를 틀어놓은 듯 판에 박은 것이었다.
박 대통령은 핵심 현안인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 ‘정쟁 유감’, ‘사법부 판단 뒤 처리’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박 대통령은 “대선을 치른 지 1년이 되어가는데 대립과 갈등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면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인 만큼 이제는 정부의 의지와 사법부의 판단을 믿고 기다려 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때 밝힌 것과 같은 입장으로, 야당의 ‘원샷 특검’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 개혁에 대해서도 “개혁안이 곧 제출될 예정인 만큼, 국회에서 심도 있게 논의하고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9월 국회에서 여야 대표들과 3자회담을 열었을 때 제안한 내용이다.
박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국회의 뜻을 존중하겠다”며 여야 합의를 여러 차례 강조해 눈길을 끌었지만, 이 역시 앞뒤가 바뀐 공허한 약속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정치의 중심은 국회이다. 최근 야당이 제기하고 있는 여러 문제를 포함해 무엇이든 여야가 충분히 논의해 합의점을 찾아주신다면, 저는 국민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존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매년 정기국회 때 시정연설을 하며 의원들의 협조를 구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이런 제안은 대통령의 의중만 살피며 자율적인 ‘역할’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새누리당의 현실이나 당-청간 수직적 역학관계를 애써 외면한 발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기가 무섭게 야당에 ‘국가정보원 개혁특위 설치’를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특검과 특위 동시논의’를 이유로 거부해 여야 대치가 계속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 자신이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경색의 원인에 대해 아무런 평가나 반성을 하지 않은 채, 책임과 해결을 모두 ‘국회’와 ‘여야 합의’로 떠넘기다 보니, 여야 간 감정의 골만 더욱 깊어지고 있는 셈이다.
여당의 한 재선 의원은 “예나 지금이나 여야가 합의하면 무슨 일이든 된다. 껄끄럽거나 골치 아픈 일은 국회가 떠맡으라는 것인데, 다소 무책임하게 비칠 수도 있다. 그러려면 앞으로 청와대가 여당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겠다든지 좀 더 구체적인 약속이 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의 ‘국회 존중’ 선언에는 구체적으로 이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지 않아 ‘빈말’이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청와대는 이번 연설이 막힌 정국을 풀려는 박 대통령의 고심이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으로서는 할 수 있는 만큼 진정성을 담아 협조를 구한 것”이라고 말했고, 다른 관계자는 “여당이 자신감을 갖고 주도할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준 게 아니냐”고 평가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녹음기 시정연설’, 정국 꽁꽁 얼렸다 [#195 성한용의 진단]
![](http://img.hani.co.kr/section-image/12/news/hani/images/com/ico/ico_movie.gif)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