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새누리당 김태흠(왼쪽부터), 김무성 의원과 민주당 박기춘 사무총장, 이윤석 국토교통위 간사가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 구성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합의안에는 수서발 케이티엑스(KTX) 자회사 설립과 관련해 22일째 파업중인 철도노조가 파업을 철회하고 복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파업 철회 합의’ 김 의원 독자 행동으로 판단
박 대통령은 철도 파업 철회 뒤에도 노조 비판
“내 이익만 관철하려 하면 ‘일류 국민’ 아니다”
박 대통령은 철도 파업 철회 뒤에도 노조 비판
“내 이익만 관철하려 하면 ‘일류 국민’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30일 “공공의 이익보다 나의 이익만을 관철하려 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기본적인 질서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면 일류 국민이라고 할 수 없다”며 철도노조의 파업을 강경한 어조로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렇게 밝힌 뒤 “우리 사회가 이런 잘못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면 결코 일류 국가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철도노조가 이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산하에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철도소위)를 설치해 철도 관련 현안들을 논의하겠다는 여야의 중재안을 받아들여 파업 철회를 결정한 뒤였는데도 박 대통령은 요지부동이었다. ‘일류 국민-일류 국가론’을 내세워 ‘비타협 강경대응’ 방침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힌 것이다.
실제 박 대통령은 이 회의에서 “그동안 우리 사회에 뿌리박혀 있던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크고 작은 변화와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고, 변화를 가져오는 데는 그만큼 고뇌와 아픔이 있다”며 “그러나 그것에 굴복하거나 적당히 넘어가게 되면 결국 국민들에게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을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철도노조의 파업 철회 결정에도 불구하고, 파업 자체가 ‘변화에 대한 저항’이자 ‘국민에 대한 부담’이라는 기존 논리를 그대로 밀어붙이겠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새롭게 꺼낸 ‘일류 국민-일류 국가론’과 관련해 “아무리 일등을 한다고 해도 자신의 행동이 주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헤아리지 못하고 공동체의 보편적인 가치와 이익에 맞는 길을 가지 않으면 결코 일류란 평가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해엔 국내적으로 공동체 가치와 이익을 훼손하는 집단 이기주의 행태가 자제되고,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뿌리내려 상생과 공존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청와대는 이날 여야의 철도소위 합의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김무성 의원 등이 주도한 독자 행동’으로 보고 내심 불쾌해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내부에선 “김 의원이 이제 ‘마이웨이’를 하려는 것 같다”는 평가도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철도 파업뿐 아니라 향후 다른 공공기관 개혁 과정에서 어떤 저항에도 양보하거나 물러서는 일은 없다는 게 박 대통령의 확고한 태도이고, 오늘 발언도 그런 취지 아니겠느냐”고 했다. 박 대통령이 국회에서 여야 합의를 존중한다고 밝혀온 만큼 철도소위를 통한 국회 차원의 논의를 대놓고 반대하지는 않겠지만, 정부로선 어떤 ‘관용’이나 ‘타협안’을 내놓을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이런 태도에 따라 코레일과 검찰·경찰은 노조집행부에 대한 징계와 처벌 등 사후 처리 과정에서 이른바 ‘법과 원칙에 따른 무관용’ 방침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국회 철도소위 운영 과정에서도 새누리당이 노조나 야당의 요구를 얼마나 수용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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