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합의 마지못한 수용
국민연금엔 “신중히 결정” 제동
국민연금엔 “신중히 결정” 제동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여야의 공무원연금 합의안에 반응한 내용을 보면, ‘마음엔 들진 않지만, 그렇다고 걷어찰 수도 없는’ 복잡한 속내가 엿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여야가 연금개혁 처리 시한을 지킨 점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개혁의 폭과 20년(연금 지급률을 점차 낮추기로 한 기간)이라는 긴 세월의 속도는 당초 국민들이 기대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이번 개혁으로 내년에 하루 100억원씩 투입될 연금재정 보전금이 6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고 구체적 수치까지 제시했다.
아쉬운 수준이지만 합의안의 성과가 현 정부가 추진했던 4대 개혁의 일부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6일 공무원연금 개편안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의회에 각을 세워 판을 깨기보다 내용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을 분명히 밝혀 여론의 비판이 일 수 있는 부분은 ‘여야 합의 잘못’ 탓으로 돌리고, 공무원연금 개편안의 ‘성과’는 청와대 몫으로 챙겨 ‘국정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여야 합의 직후 “명백한 월권”이라고 발끈했던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인상’ 문제에 대해서도 시간을 두고 여론을 설득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소득대체율 50% 인상’ 합의 내용에 대해 정치권뿐 아니라 학계나 언론에서도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 청와대가 자신감을 갖게 된 요인으로 꼽힌다.
이날 박 대통령이 소득대체율 인상 문제에 대해 날선 반응을 보이지 않고 문제점을 짚는 수준에서 대응한 것도 굳이 청와대가 먼저 나서지 않더라도 자연스레 여론의 흐름이 여야 합의안을 반대하는 쪽으로 흐르게 될 것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약 2000만명 이상이 가입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조정은 그 자체가 국민께 큰 부담을 지우는 것이고 반드시 먼저 국민들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문제”라며 “해당 부처와도 사전에 충분히 논의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후에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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