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공천에서 배제된 뒤 탈당한 3선의 진영 의원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입당 기자회견을 마친 뒤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hani.co.kr
친박계는 인신공격…비박계 “쫓아내놓고서”
새누리당 공천에서 배제된 진영(3선·서울 용산) 의원이 20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것을 두고, 청와대 쪽은 ‘정치인의 개인적 선택일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원박’(원조 친박근혜계)으로, 박근혜 정부 각료 출신인데다 인수위 부위원장과 여당 정책위의장을 한 진 의원의 야당행에 분노와 당혹감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 축소이행에 반대해 보건복지부 장관직을 내던진 ‘항명 파동’(2013년 9월)으로 이미 박 대통령에게 한차례 타격을 입혔는데, 이번엔 아예 더민주에 입당하면서 박 대통령을 “두번 떠나간 정치인”이 됐다는 게 진 의원을 바라보는 청와대의 시선이다. 특히 청와대는 진 의원이 이날 입당 기자회견에서 “권력정치에 휩싸였고 계파정치에 가담했으며 분열의 정치에 몸담았다”, “특정인의 지시로 움직이는 파당” 등의 발언으로 사실상 박 대통령을 겨냥한 데 대해 격앙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 나라의 대통령을 계파의 수장으로 깎아내린 행태”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다만, 2012년 대선 핵심 참모였던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에 이어 ‘서울 3선’으로 중량감이 상당한 진 의원까지 야당으로 옮긴 것이 총선 판세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며 촉각을 세우는 듯한 기류도 감지됐다.
여당에선 친박계가 인신공격성 비난을 퍼부은 반면, 비박계는 ‘친박계의 적반하장’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친박계는 “3선에다 장관까지 한 사람이 공천에서 떨어졌다고 곧바로 야당으로 가는 것이 말이 되느냐” “결국 당이 아니라 배지가 목표인 사람이었느냐”고 비판했다. 그렇지만 총선 승부처인 서울·수도권에서 벌어진 ‘보복 공천→탈당→야당행’에 대한 공천 실패 책임론도 제기됐다. 서울지역 한 의원은 “그런 식으로 쫓아내놓고서 ‘어떻게 야당에 가느냐’ ‘청와대를 향해 말을 그렇게 하느냐’는 식으로 나오는 것이 더 말이 안 된다. 국민들도 이런 부분을 감안해 투표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최혜정 김남일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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