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행보 이어 북풍몰이…‘박근혜의 압승’ 만들기?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오전 서울 청계천로 케이스타일허브에서 열린 한식문화관 개관식에서 관광홍보대사인 배우 송중기(왼쪽)씨와 함께 약과를 만드는 체험을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e-mail]

청와대 노골적 선거개입

투표의사 떨어진 장년층 끌어내고
압승 이끌어 레임덕 차단 의도
대통령 오늘 국무회의 발언 관심

11일 청와대가 통일·국방·외교부 등 외교안보 라인을 전방위로 가동해 ‘북풍 지휘’에 나섰다는 의혹이 일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훌쩍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지만, 초접전 지역이 많은데다 부동층이 여전히 20%대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청와대의 ‘초조함’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4·13 총선은 여야가 격돌하는 대형 의제가 사라진 대신, 여야 모두의 공천파동으로 ‘정치 혐오증’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새누리당의 공천 잡음이 후보등록 마감일까지 이어지면서 여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중장년층의 적극 투표 의사가 떨어졌다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이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19대 총선과 이번 총선 1주일 전 여론조사를 비교해보니, 50대에서 ‘꼭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는 4년 전 87%에서 올해 75%로, 60대 이상에선 89%에서 80%로 줄었다. 특히 수도권이 예측불허인 만큼, 청와대로선 부동층 안에서도 숨겨진 여당표를 결집하기 위해 잇따라 북한 관련 이슈를 제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행보’를 내세워 선거 접전지역을 방문하고 북한 위기론을 강조하는 것은 총선에서 이길 경우 승리의 ‘주역’이 김무성 대표가 아닌 박 대통령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청와대로선 이번 총선이 집권 4년차에 치러지는 만큼, 선거 이후에도 여당 장악을 통해 권력누수를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 대통령의 선거 영향력을 재확인해 총선 이후 당 대표 선출 및 대권 경쟁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총선 전날인 12일 국무회의에서도 ‘야당 심판’을 또다시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강력히 추진해온 노동관계법 등 주요 쟁점법안과 노동·공공·금융·교육 등 4대 구조개혁을 위해선, 이를 뒷받침할 여당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인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통령은 지난 8일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20대 국회는 확 변모되는 국회가 되길 여러분과 기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노골적’ 행보가 오히려 역풍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선거는 결과만큼 과정도 중요하다. 자꾸 청와대 개입설이 나오면 선거 결과의 정통성을 잃을 수 있다”며 “선거 뒤에 많은 후유증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최혜정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