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낮 청와대에서 열린 언론사 사장단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19일 언론사 대표 46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한 문재인 대통령은 일주일 남짓 앞으로 다가온 ‘2018 남북 정상회담’과 이어질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의 결정적 계기를 만들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북한과 미국 사이 중재자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대화의 성공을 장담하기엔 아직 이르다”며 “남북 정상회담뿐만 아니라 사상 최초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까지 성공해야만 대화의 성공을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고 두 정상회담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대담한 상상력과 창의적인 해법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강조한 ‘대담한 상상력과 창의적인 해법’이란 북-미 사이의 비핵화와 체제보장 등 포괄적인 합의에 이르더라도 이를 실현하는 데는 과거 사례와는 비교할 수 없는 난제들이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남북, 북-미 두 회담의 성공과 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이 실현되는 데는 간극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두 회담을 통해 “비핵화와 평화체제, 북-미 관계 정상화, 북한 경제 발전을 위한 국제적 지원 등 큰 틀의 원론적인 합의는 크게 어려울 것 같지 않다”면서도 “그 목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시켜 나갈 것인가, 이 방안들이 쉽지 않다. 과거의 방안을 되풀이할 수도 없고 새로운 방안을 찾아야 하고, 그 방안에 서로 간에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핵화 로드맵과 이에 상응하는 북한의 체제 보장에 대한 궁극적인 합의는 결국 북한과 미국이 합의해야 하고, 우리 정부는 “중간에서 북-미 간 생각의 간극을 좁히고 양쪽이 다 수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자신이 노무현 정부 당시 2007년 10·4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아 성공적인 회담을 이끈 경험을 이야기하면서도 “그때와는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다”고 진단했다. 2007년 회담에선 북핵 문제에 관해 6자회담을 통한 국제적 합의가 있는 상태에서 남북관계 발전에 집중할 수 있었던 데에 반해, 지금은 북한 핵과 미사일이 고도화된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해법을 찾고 북-미 정상회담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안내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미국의 제재 등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는 상태에서 “남북이 따로 합의할 수 있는 내용도 많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보수세력에서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 있는 현실을 의식한 듯, 문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보수와 진보를 넘어서 한반도의 평화적 미래를 향한 지지를 보내줄 것을 당부했다. 한 언론사 대표가 ‘보수층과의 소통 강화’를 주문하자 문 대통령은 “(남북대화의) 궁극의 목적은 남북의 공동번영이다. 보수, 진보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남북 간 회담에 이어 북-미 회담이 이어지고 북-미 회담의 성공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설령 보수적인 생각을 갖고 계신 분들이더라도 다 같이 공감하게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한 기원 법회’에 참석해서도 불교의 화쟁(서로 간의 차이와 다름을 넘어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며 화합을 이루는 것) 사상을 언급하며 “우리 안의 화쟁도 중요하다. 국민의 공감과 지지가 있어야만 남북관계를 풀어갈 수 있다”며 대북정책에 관한 남남갈등을 우려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있어서 언론은 정부의 동반자”라는 표현을 써가며 언론의 협조를 강조했다. 그는 “정부보다 먼저 남북교류를 시작한 것이 언론이었다. 1990년대 후반 여러 언론사들의 잇따른 방북과 교류, 북한 문화유산 답사기 연재 등의 선구적 노력이 역사적인 6·15 선언으로 이어졌다”며 “언론이 지난날처럼 국론을 모으고 한반도 평화의 길잡이가 되어줄 때 두 정상회담의 성공은 물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이 더 빨리 다가오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린 언론사 사장단 오찬 간담회에는, 강경화(외교)·조명균(통일) 장관과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이 배석했다. 언론사 대표로는 이병규 신문협회장(문화일보 대표), 양승동 방송협회장(한국방송 사장), 양상우 한겨레 대표이사 등 46명의 언론사 사장들이 참석했다.
김보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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