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뒤 첫 수석·보좌관 회의
남북합의 ‘선언’에 그치지 않고
반드시 실천하겠다는 의지 표명
대북제재 관련없는 분야부터 실행
국회 비준 통한 합의 제도화 추진
“비준 과정, 정쟁 흐르지 않도록”
남북합의 ‘선언’에 그치지 않고
반드시 실천하겠다는 의지 표명
대북제재 관련없는 분야부터 실행
국회 비준 통한 합의 제도화 추진
“비준 과정, 정쟁 흐르지 않도록”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남북정상회담을 마친 뒤 처음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범정부 차원의 속도감 있는 후속조처”를 여러차례 강조했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향한 ‘판문점 선언’이 과거처럼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이어져 정부가 바뀌더라도 합의 내용은 되돌릴 수 없는 확고한 흐름으로 만들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우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위원장을 맡아 이끌어온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를 ‘남북정상회담 이행추진위원회’로 개편할 것을 지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합의한 내용이 지속가능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 정착 제도, 한반도 비핵화 등 광범위한 내용이어서 범정부 차원의 후속조처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문 대통령은 2007년 노무현 정부의 ‘10·4 선언’ 때 정상회담 추진위원장을 맡아 6·15 선언에 비해 구체적인 남북 간 합의를 끌어냈으나 임기 말인 탓에 실행까지 챙기지 못한 뼈아픈 기억이 있다. 지난해 대선 당시 “1년 안에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은 이런 경험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범정부 차원의 이행추진위원회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이끌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되 속도감 있는 후속조처를 지시한 대목도 눈에 띈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로 인해 강도 높은 대북제재가 이어지고 있다고 해서 정부가 손놓고 있지는 말라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과 여건이 갖춰져야 할 수 있는 일을 가르되, 후자의 경우라도 “사전 조사 연구부터 시작하라”고 당부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기를 기다려야 하는 것들이 있다. 우선 대북제재와 관련 없는 것들부터 빨리 실행하고, 남북 경제협력 같은 분야는 나중에 풀릴 것에 대비해 남북이 함께 어떤 경협을 할 수 있는지 공동 조사 연구를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언급한 ‘남-북-러 3각 경협’을 사례로 들었다고 한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남북 합의의 지속성을 위해 국회 비준을 통한 제도화를 강조했다. 정부의 성격과 관계없이 보수 정부에서도 이전 정부의 합의를 충실히 이행해 통일로 이어졌던 독일의 사례를 참조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이 정한 남북합의서 체결 비준 공포 절차를 조속히 밟아달라”고 당부하면서도 이번 ‘판문점 합의’가 국회 비준 과정에서 정쟁으로 흐르지 않을까 우려했다. 남북 정상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협정 추진 등에 합의했으나 “평화 위장쇼”라고 비난하는 자유한국당을 염두에 둔 듯하다. 문 대통령은 “국회의 동의 여부가 또다시 새로운 정쟁거리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감안하면서 국회의 초당적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잘 협의해 달라”고 주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가 비준동의안을 내려면 법제처 심의, 국무회의 심의 등 절차가 있으므로 국회 제출까지는 조속히 밟아달라는 의미다. 국회의 동의는 언제가 적절한 타이밍이 될지 (여당인) 민주당과 협의해 처리해달라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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