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중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4일(현지시각) 존 볼튼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악수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요청으로 극비리에 미국을 방문한 것으로 4일 밝혀졌다. 남북정상회담을 사흘 앞둔 지난달 24일 미국 워싱턴에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난 정 실장이 열흘 만에 미국을 다시 방문한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공유하고 이달 안에 열릴 것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 장소, 핵심 의제인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체제보장에 관해 의견을 조율한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의용 실장이 미 국가안보회의 요청으로 비공개 방문을 했다. 엔에스시(NSC) 모임은 사전사후 비공개 원칙인데다 이번엔 미국에서 특별히 비공개를 요청해 미리 알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북-미 회담 장소와 관련된 ‘스몰딜’이라기보다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본격적 라운드를 앞두고 있는 만큼 ‘빅딜’ 관련 논의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27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 실현’ 방안이, 정 실장과 볼턴 보좌관의 주요한 논의 주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두 사람이 북-미 회담 장소에 관한 의견 교환을 할지도 관심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 장소가 회담 성과를 예측하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참모들 사이에 온도차가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극적 효과와 상징성을 고려해 평양이나 판문점까지 최적의 후보지에 넣고 있으나 참모들은 한 번의 북-미 회담으로 북핵 문제 등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 같은 메시지를 북한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잘못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면서 제3의 장소도 추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모들은 판문점이나 평양의 경우 장소의 상징성 때문에 미국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고 판단되더라도 회담장을 박차고 나오기 어렵다는 우려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