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다음달 말로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북-미협상의 중재자 구실을 해온 문재인 정부의 발걸음도 분주해지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와 그에 상응하는 조처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북-미가 2차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칠 경우, 지난해 9월 평양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이 합의한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이어지면서 한반도 정세가 급물살을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지난 19일 북-미가 2월말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며 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모든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북-미 정상회담 개최 합의 발표 직후 연 브리핑에서 이렇게 밝히면서 “이번 북-미 정상회담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확고히 다질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이어 “우리 정부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지난해 남북미 세 정상이 합의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수 있도록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토대로 관련국들과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와 더불어 남북간의 대화도 확대해 가면서 금번 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모든 역할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 의제 등이 구체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음에도 이번 회담이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북-미 정상회담 이후 정체돼 있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다시 탄력을 받을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비핵화와 이에 상응하는 조처를 두고 북-미간 이견이 있음에도 일단 북-미 정상회담 시기를 2월말로 확정해 발표했고, 최선희 북 외무성 부상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정상회담 준비와 함께 이견을 좁힐 실무협상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3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부가 백두산 천지를 방문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0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북-미가 서로 견해차를 좁히기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면 2월말 정상회담 자체를 발표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이견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무협상을 통해 좁혀나가면 정상회담에서 어느 정도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이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으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북-미 회담 직후 남북미 정상이 함께 종전선언을 하는 방안에 기대를 걸었던 데에 비하면 목표가 실현가능한 수준으로 낮아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2월 말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에 이어서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이어지길 희망하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0일 새해 기자회견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먼저 이루어지고 나면 그 이후에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은 좀 더 순조롭게 추진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면 남북관계의 선순환을 위해서, 또 어떤 형태로든 남북정상이 마주앉아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를 공유하면서 그에 따른 남북관계의 발전을 협의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부 언론이 제기한 3·1 운동 100주년 기념식을 남북 정상이 참가한 가운데 공동개최 하는 방안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일정이 2월말인 점을 고려하면 현실상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는, 1차 정상회담이 개최 열흘 전쯤 발표된 점에 미뤄보면 다음달 중순께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미 전부터 부상한 베트남이 유력한 가운데, 1차 때도 후보지 가운데 하나였던 판문점도 후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김보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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