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첫날인 27일 “한반도의 평화·번영을 만들어나가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는 날”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회담 첫날 분위기를 청와대에서 수시로 보고받으며 회담 진행 상황에 촉각을 세웠다. 이번 회담의 결과가 문 대통령이 최근 강조한 ‘신한반도 체제’ 추진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뿐 아니라 남북 경제협력 추진 속도 등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와의 한-아랍에미리트(UAE) 정상회담에서 북-미 정상회담 첫날의 중요성을 특별히 언급한 뒤 “왕세제님 방한과 함께 한반도에도 항구적 평화와 공생 번영의 기운이 널리 퍼져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에 간 우리 정부의 각급 채널을 통해 문 대통령에게 보고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북-미 정상이 이날 저녁 만찬을 포함해 회동을 한 상황도 문 대통령에게 밤늦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회담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조처가 어느 수준에서 타결되느냐에 따라 한반도 정세와 남북 철도·도로 연결,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 경협의 속도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김의겸 대변인은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내용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의 합의 수준에 따라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가 완화되거나 남북 경협 일부 사업에 대한 제재 예외를 인정받을 경우, 3월말 또는 4월초로 관측되는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정상회담에서 다룰 의제가 풍부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남북 사이의 철도·도로 연결부터 남북 경제협력 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고, 그것이 미국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는 이번 북-미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결과물은 두 정상이 통역만 대동한 채 28일 진행할 양자 회담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동안 두 정상의 결단으로 북-미 협상의 매듭을 풀었던 ‘톱다운’ 방식이 이번에도 유효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김보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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