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근 청와대 안보실1차장이 16일 오후 북한의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청사 폭파와 관련해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가 끝난 직후 춘추관에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가 16일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관해 강력한 유감을 표시하고,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남북 관계는 당분간 긴장과 경색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5시 5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긴급 소집해 북한의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 상황을 공유하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회의 뒤 김유근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장은 청와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는 오늘 북측이 2018년 판문점 선언에 의해 개설한 남북공동 연락사무소 건물을 일방적으로 폭파한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라며 “북측의 남북공동 연락사무소 파괴는 남북 관계의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바라는 모든 이들의 기대를 저버린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사무처장은 남북공동사무소 파괴에 대한 책임이 모두 북쪽에 있다고 경고하고,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정부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사태의 책임이 전적으로 북측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라며 “북측이 상황을 계속 악화시키는 조처를 할 경우, 우리는 그에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이날 오후 2시49분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제1 부부장이 지난 13일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져내리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한 뒤 사흘 만이다. 이로써 4·27 판문점 선언의 결과물로 지난 2018년 9월14일 개소한 남북공동 연락사무소는 2년이 채 안 돼 사라졌다.
청와대가 강한 유감과 함께 엄중 대응 방침을 밝힌 것은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을 제안했음에도 북한이 이를 무시한 채 일방적인 행동을 한 탓이다. 문 대통령은 6·15 남북공동선언을 맞아 한반도 정세 전환을 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노력을 평가하고, 북한에 “대화의 창을 닫지 말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직접 4·27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합의 준수를 거듭 약속하며, 일부 탈북자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청와대는 북한의 군사적 행동이 이어질지 예의주시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남북공동 연락사무소 폭파와 함께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 △금강산 관광 시설과 개성공업지구 완전한 철거, 폐기 등을 예고했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이날 남북 합의에 따라 비무장화된 지대에 군대가 다시 진출해 전선을 요새화하고, 대남 삐라(전단) 살포 투쟁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남북 관계는 경색과 긴장이 불가피해 보인다. 북한이 자신들의 경고를 남북 대화와 소통의 상징인 개성 남북공동사무소를 폭파함으로써 대화 거부 의지를 표명했고, 우리 정부 역시 북한에 강한 유감과 강력 대응을 표시하면서 해법이 더욱 어려워졌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에 임석하지 않고 사전, 사후 보고를 받음으로써, 남북 정상이 직접 맞대응하는 양상을 피했다. 청와대 쪽은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아닌 김여정 노동당 제1 부부장이 나서 대남 비판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문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해 대북 엄중 경고와 대응을 선언하는 모양새를 피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4차례나 만난 남북 정상이 전면에 나서지 않음으로써 정상들이 취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둔 것”이라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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