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대통령비서실 신현수 민정수석. 연합뉴스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취를 일임하고 업무에 복귀했다. 청와대는 신 수석의 사의 철회나 그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 여부에 대해선 따로 밝히지 않았다.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 주무 참모의 갈등이 외부로 노출되고 대통령의 리더십 논란으로까지 번진 사안인 만큼, 대통령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복귀를 수용하고 신임 여부를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신 수석에 대한 신임을 공식적으로 밝히더라도 사상 초유의 수석비서관 사의 파동으로 실추된 대통령의 리더십과 청와대의 국정 장악력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정만호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신현수 민정수석이 대통령에게 자신의 거취를 일임하고 최선을 다해 직무를 수행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신 수석은 이날 아침 청와대 고위 참모들이 참석하는 현안회의(티타임)와 오후에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는 등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정 수석은 덧붙였다. 신 수석은 청와대가 자신의 사의 표명 사실을 공개한 뒤 18일부터 휴가에 들어가 거취를 고민해왔다.
청와대는 신 수석의 업무 복귀로 ‘사의 파동’이 일단락되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께) 거취를 일임했으니 (상황은) 일단락 된 것이다. (신 수석의) 사의 표명이 있었고, (대통령이) 반려를 했다”며 “그 뒤에 (추가로) 진행된 상황이 없는 상태에서 (신 수석이) 거취를 일임했으니 대통령께서 결정할 시간이 남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사의를 수용할 지 여부에 대해선 “대통령이 결정을 할 것이다. 참모가 미리 말씀드릴 수 없다”고 했다.
청와대는 휴가 중인 신 수석과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협의했다는 사실도 함께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 (검찰 중간간부) 인사위원회가 있을 예정인데 (신 수석이) 휴가 중에 협의를 했고, 이 사안에 대한 검토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패싱’ 논란을 빚었던 검찰 인사가 민정수석과 협의를 거쳐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청와대의 신 수석의 업무복귀와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통해 검찰과의 관계가 극한 갈등으로 치닫는 것을 막고 손상된 국정 운영 동력의 회복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사법 업무의 주무 수석인 민정수석이 정권 수뇌부와 검찰개혁에 대한 이견을 노출한 만큼, 검찰 인사가 마무리되고 사의 파동의 여진이 가라앉는대로 분위기 쇄신을 위한 추가 인적 개편이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또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신 수석이 사의를 표명한 뒤 민정수석실이 손에 일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 안에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나 윤석열 총장이 임기를 마칠 때까지는 검찰과의 갈등이 부각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기류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법무부는 이날 서울중앙지검 1차장 등 공석이었던 간부 보직을 채우고, 주요 사건 수사팀 부장검사들은 유임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유임시켜 윤 총장 쪽의 격렬한 반발을 불렀던 검사장급 인사 때보다는 파장이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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