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던 지난해 6월,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 U-2S 고공정찰기가 착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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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7차 핵실험 임박설이 1년째 한반도 상공을 배회하고 있다. 북한이 지난해 1월 장거리 로켓 발사 및 핵실험 중지 선언 파기를 시사하고, 이를 전후해 풍계리 핵실험장 복원 움직임이 드러난 것이다. 이를 근거로 한·미 당국과 상당수 언론·전문가들은 북한의 7차 핵실험 날짜까지 거론해왔지만, 북한이 아직까지는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가 높다. 새해 첫날인 1월1일 보도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보고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안보 정세가) 전술핵무기 다량생산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부각시켜주고 나라의 핵탄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한 만큼, 추가 핵실험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7차 핵실험의 근거로 삼는 것은 과도하다. 북한은 이미 6차례의 핵실험을 실시한 바 있어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데이터를 축적해놓고 있다. 이는 북한이 기존의 스커드·노동 계열의 미사일이나 초대형 방사포에 전술핵을 장착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초대형 방사포의 구경이 600㎜에 달하는데, 구경이 커질수록 핵탄두를 소형화할 필요성도 줄어든다는 점에서 추가 핵실험 없이도 핵무기화가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또 북한이 추가적으로 핵실험을 하면 핵무기 물질로 사용되는 플루토늄 5㎏ 안팎이나 고농축 우라늄 20㎏ 정도를 소비하게 된다. 이는 김 위원장이 밝힌 전술핵 다량생산 및 핵탄두 증산 계획과 추가 핵실험이 반비례 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북한의 핵실험은 핵무기 개발과 더불어 ‘대미 압박용’의 성격도 짙었다.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가 절실했던 북한으로서는 미국의 관심을 환기시켜 협상장으로 불러내는 데에 핵실험만 한 것이 없었다고 여긴 탓이다. 하지만 2019년을 지나면서 북한은 대미 관계 정상화라는 외교적 목표를 사실상 접고, 핵무력 건설 자체를 목적으로 삼고 있다. 북한이 대미 담판용으로 7차 핵실험을 삼을 가능성도 낮다는 것이다.
북-중 관계도 중요 변수이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중국이 매우 곤란한 처지에 몰릴 수 있는데, 이는 2018년 이래 밀착되어온 북-중 관계와 마찰을 일으킬 공산이 크다. 중국 정부가 북한의 7차 핵실험 임박설이 제기된 이래 지속적으로 북한에 자제를 촉구해온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분석이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북한으로서는 추가적인 군사기술상의 필요를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미국의 전략 핵탄두에 버금가는 메가톤급 핵탄두 개발에 나서거나, 극초음속 미사일이나 중장거리 순항미사일 등 신형 무기에 핵탄두 장착을 결심하면, 추가 핵실험에 나설 수도 있다. 전자를 선택하면 6차보다 폭발력을 크게 높인 수소탄 실험이 될 가능성이 높고, 후자를 선택하면 핵탄두 소형화와 기폭장치 고도화를 검증하기 위한 저위력 핵실험일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