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텔레비전>이 지난 1월1일 방송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의 탄두부를 둘러보는 모습. 조선중앙텔레비전 화면 갈무리, 연합뉴스
북한은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1월31일)과 미국 B-1B 전략폭격기 등이 참여한 한·미 연합공중훈련(2월1일) 등에 맞서 “미국의 그 어떤 군사적 기도에도 초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2일 밝혔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으로 발표한 담화에서 “1월31일 남조선 지역을 행각한 미 국방장관이 전략자산들을 더 많이 전개할 것이라고 공언한 것은 조선반도 지역을 하나의 거대한 전쟁화약고로, 더욱 위태한 전쟁지역으로 변화시키는 결과만을 빚게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미국은 2월부터 남조선과 핵무기 사용을 가상한 ‘확장억제수단 운용 연습’과 역대 최대 규모의 야외기동실탄사격훈련을 비롯해 대폭 확대된 연합훈련들을 연이어 강행하는 것으로 전면 대결의 도화선에 불을 지피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로이드 미 국방장관은 1월31일 서울에서 이종섭 국방장관과 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좀더 많이 전개하겠다”고 밝혔고, 이튿날인 1일 전략폭격기 등을 동원한 연합공중훈련이 서해 상공에서 실행됐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의 악독한 대조선적대시 정책과 위험한 군사적 준동에 대처”하는 “대미 원칙적 입장”이라며 “미국의 그 어떤 군사적 기도에도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라는 원칙에 따라 초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며 “가장 압도적인 핵역량으로 현재와 미래의 잠재적인 도전들을 강력히 통제해나갈 것”이라며 “그 성격에 따라 어김없이 해당한 견제활동을 더욱 명백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이 적대시 정책과 대결 노선을 추구하는 한 미국과의 그 어떤 접촉과 대화에도 흥미가 없다”는 방침을 또다른 ‘대미 원칙적 입장’으로 제시했다. 대변인은 “조미 대결 역사는 우리 국가의 ‘종말’을 국정 목표로 삼고 무장해제와 제도 붕괴를 실현해보려고 망상하는 미 제국주의와는 오직 힘으로 상대해야만 한다는 것을 새겨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핵무력정책 법제화’ 등 대미 강경 기조의 연장선이다.
하지만 대변인이 “적대시 정책과 대결 노선”의 철회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사실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는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교착 상황을 벗어나고자 그해 10월 열린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마저 결렬되자 북쪽이 내건 ‘대화·협상 전제조건’과 큰 틀에서 다르지 않다. 다만 북한 당국이 최근엔 전제조건을 단 ‘대화’조차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아온 점에 비춰 주목할 만한 언급이다. 앞서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는 올해 국정 방향을 밝힌 노동당 중앙위 8기6차 전원회의(2022년 12월26~31일)에서 “강 대 강, 정면승부의 대적 투쟁 원칙”을 강조했을 뿐 미국과 ‘대화’는 입에 올리지 않았다.
문제는 최근의 정세 흐름에 비춰 남북 및 북미 대화가 성사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데 있다. 오히려 북쪽이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된 조선인민군 창건 75돌 기념일(2월8일)과 ‘광명성절’(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 81돌(2월16일) 등의 계기에 북쪽의 무력시위와 한·미의 대규모 군사연습이 맞물리며 한반도 위기 지수가 한껏 치솟을 위험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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