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발사한 ‘우주발사체’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 합동참모본부 제공
지난 31일 오전 북한이 쏜 것은 군사정찰위성일까 미사일일까. 대상은 하나인데, 이를 설명하는 표현을 두고는 언론 보도뿐만 아니라 대통령실, 외교부 등 정부 당국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북한이 ‘뭔가를 쏘아올렸다’는 소식을 가장 먼저 알린 건 합동참모본부(합참)다. 합참은 지난 31일 오전 상황과 관련해 기자들에게 6차례 문자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 문자들엔 모두 ‘북 주장 우주발사체’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국방부도 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낸 ‘국방현안보고’에서 “북 주장 우주발사체(정찰위성 탑재 추정)”라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대통령실과 외교부는 ‘위성 명목 장거리 탄도미사일’과 ‘우주발사체’, ‘위성’을 섞어서 사용했다. 지난 31일 오전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은 ‘북 주장 우주발사체’ 발사 직후 첫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후 열린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결과를 알리면서는 “북한의 소위 위성 명목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하여”라고 했다. 외교부 설명에서도 “북한의 소위 위성 명목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지난 31일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유선협의 결과 공지, 1일 정례브리핑)으로 표현이 혼재했다.
사실 우주발사체, 장거리 탄도미사일, 위성은 비슷한 말이 아니라 아예 뜻이 다른 말들이다. 우주발사체는 궤도에 진입시킬 위성 등 탑재물을 싣고 지구 표면에서 우주로 가는 운반수단을 말한다. 지난달 한국이 발사한 누리호가 우주발사체다. 로켓 엔진으로 추진돼 우주로 향해 비행하는 물체의 앞머리에 위성을 달면 우주발사체고, 앞머리에 포탄 탄두를 실으면 탄도미사일이다.
우주로 쏘아 올려져 비행하는 물체(우주발사체) 전체를 로켓이라 부르지만, 이 발사체 중 추진기관 구실을 하는 로켓 엔진만을 따로 특정해 로켓이라고도 한다. 추진력을 제공하는 로켓 엔진은 우주발사체의 심장 구실을 한다. 추진체는 로켓 엔진과 연료통 등을 포함한 기관을 가리킨다.
이런 명백한 차이 때문에, 정부 당국이 특정한 표현을 ‘골라 쓴’ 데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합참 관계자는 문자 메시지에서 일관되게 우주 발사체라고 표현한 이유를 “탄두가 달려 있어야 미사일”이라며 “(북한 평안북도) 동창리(서해위성발사장)에서 쐈으니 우주발사체일 가능성이 높아 그렇게 표현을 한 것”이라고 했다. 합참은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이 발사한 물체를 줄곧 ‘탄도미사일’이라고 설명해왔는데, 당시엔 탄두가 달린 미사일이라는 판단을 했고 이번엔 달랐다는 것이다. 북한도 발사 사실을 알리며 군사정찰위성(만리경-1호)을 우주발사체 격인 신형위성운반로케트(천리마-1형)에 탑재해 발사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발사한 ‘우주발사체’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 합동참모본부 제공
마찬가지로, 대통령실과 외교부가 ‘위성 명목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라고 설명한 데는 그동안 북한이 위성을 쏘는 척하면서 장거리 미사일(ICBM)을 개발해왔다는 의심이 깔려있다. 위성발사 주장은 북한의 기만전술이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당국이 이런 표현을 구분하지 않고 마구 섞어 사용하면 북한 위협에 맞서 대책을 세우는 데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 만약 북한의 진짜 의도가 핵탄두 ‘운반능력’(탄도미사일)이 아니라 그들의 설명대로 군사정찰위성을 띄워 한-미에 견줘 열세인 ‘정찰능력’을 키우는데 있다면, 이를 의심해 ‘위성 명목 장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보는 정부 당국은 대책 마련의 첫 단추를 잘못 꿰게 된다. 위성과 탄도미사일은 언뜻 비슷해보여도, 번개와 반딧불만큼 차이가 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