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이 9·19 군사합의로 철수한 동부전선 최전방 감시초소(GP) 상단에 관측소(추정) 목조 구조물을 만들어 얼룩무늬 색칠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경계진지를 만들고 무반동총으로 추정되는 중화기를 배치하고 있다. 군 당국이 전방 감시장비(카메라·열상장비)로 찍었다. 국방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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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이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철수했던 비무장지대(DMZ) 내 최전방 감시초소(GP) 11곳을 복원해 병력을 투입하고 무반동총 등 중화기를 반입했다고 군 당국이 27일 밝혔다. 이는 북한 군사정찰위성 발사(지난 21일)에 맞서 한국이 9·19 군사합의 중 비행금지구역 무효화(22일)를 선언하자, 북한이 군사분계선(MDL) 지역에 무력·군사장비 배치 방침(23일)을 밝힌 뒤 이어진 조처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동향을 보고받고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라”고 지시했고, 군은 “대응조치”를 예고했다. 9·19 군사합의를 무효화하는 남북의 가시적 행동과 대응이 맞물리면서 한반도 긴장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군이 9·19 군사합의에 따라 철수했던 비무장지대 내 11개 지피에 관측소(OP)로 추정되는 구조물을 만들고 있는 것이 전 지역에 걸쳐 식별됐다. 24일부터 이곳에 중화기를 반입하고 주·야간 경계근무 등의 활동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9·19 군사합의에서 남북은 비무장지대 모든 지피 완전 철수에 합의하고, 우선 기관총과 소총 사거리 안에 있는, 남북 간 거리가 1㎞ 이내인 양쪽 지피 11개를 시범 철수했다. 비무장지대 전체 북한 감시초소 수는 150여개로 추정되는데, 2018년 11월 북한은 시범 철수 대상 지피 11개 중 보존 지피(남북 합의에 따라 장비와 병력은 철수하되 원형 보존)를 제외한 10개 지피를 폭파 방식으로 파괴했다.
군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북한군 병력이 파괴된 지피 상단에 관측소로 추정되는 목조 구조물을 만든 장면 △지피 파괴 뒤 병력과 장비가 철수한 주변 경계진지에 무반동총으로 추정되는 중화기를 배치하는 장면 △북한군이 경계진지에서 야간 경계근무를 서는 장면 등이 담겼다. 이 사진들은 9·19 군사합의 이후 폭파됐던 동부전선의 한 북한군 지피 모습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영국·프랑스 순방 뒤 첫 일정으로 이날 오전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으로부터 안보 상황을 보고받고 “북한의 동향을 빈틈없이 감시하면서 우리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국방부는 “군은 북한의 복원조치에 대한 대응조치를 즉각적으로 이행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명수 의장도 기자들에게 “상응조치는 할 것”이라고 답해, 비무장지대 한국군 지피 복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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