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문서 공개하냐 마냐”
새누리 오후내내 우왕좌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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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새누리당 소속 국회 정보위원회 의원들을 통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대화록)을 공개한 과정을 보면, 치밀한 시나리오에 따라 공개 작업을 스스로 연출한 사실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국정원은 앞서 20일에도 여야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여당 소속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의 요구가 있었다는 구실을 앞세워, 정상회담 대화록 발췌본과 원본을 국회로 가져와 새누리당 의원들에게만 보여줬다. 대화록을 본 새누리당 의원들이 일부 언론에 내용을 유출해 논란과 파장이 일자, 국정원 핵심인사가 다시 이를 빌미 삼아 21일 “대화록을 비밀해제한 뒤 일반문서로 전환해 국민 누구나 볼 수 있게 할 방침”이라고 밝힌 데 이어, 24일엔 이를 실행에 옮겼다. 남재준 국정원장 치하의 국정원 스스로 불법 논란을 무릅쓰고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대화록을 단독 열람시켜 정국을 ‘대화록 전면 공개’ 국면으로 만든 뒤, 이를 지렛대로 활용해 자신들의 구상대로 대화록 공개라는 최종 목표를 달성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국정원은 특히 대화록 공개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야당의 주장까지 왜곡했다. 국정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국회 정보위가 회의록 발췌본을 열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엔엘엘(NLL) 발언과 관련해 조작·왜곡 논란이 지속 제기되어 올 뿐 아니라 여야 공히 전문 공개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국정원이 보관하고 있는 대화록을 공개하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 민주당은 오히려 국정원 기록이 조작됐을 가능성을 거론하며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보관돼 있는 대화록 정본을 법 절차에 따라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로 열람하자고 제안하고,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국정조사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 결국 남재준 원장은 국정원 스스로 설정한 공개를 목표로 사실관계를 왜곡하며 결국 공개를 강행한 것이다. 더욱이 국정원이 공개의 법적 근거로 제시한 공공기록물 판단 근거와 관련해서도, 검찰 핵심 관계자는 “노무현 대통령이 대화록을 공공기록물로 분류하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은 없었다”며 검찰의 자의적 판단이라는 점을 밝힌 상황이다.
국정원이 대화록 등을 일방적으로 넘기자, 새누리당 지도부와 정보위원들은 공개 여부를 두고 이견을 나타내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노출했다.
국정원은 오후 3시30분께 국회 정보위 여야 의원들에게 대화록 문서를 가져가겠다고 통보했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국정원 직원들은 여야 정보위원들의 개별 의원실을 방문해 플라스틱 겉표지로 제본된 대화록 원본과 발췌본을 전달했다. 야당 정보위원들은 문서 수령 자체를 거부한 반면, 여당 정보위원들은 모두 문서를 받았다. 이런 소식을 전해들은 기자들이 4시께부터 일부 여당 정보위원의 의원실을 찾아가 8쪽짜리 대화록 발췌본을 복사한 뒤 이 내용을 바탕으로 보도를 하기 시작했다. 103쪽짜리 원본의 경우 복사하는 데 시간이 걸려 기자들이 복사되길 기다리는 동안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정보위원들을 소집해 긴급 대책회의에 들어갔다.
이 회의에서 국정원이 전달한 문서를 새누리당 단독으로 언론에 공개할지를 두고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자 여당 의원실 쪽은 급히 원본 복사를 중지하고 발췌본도 수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발췌본은 이미 광범위하게 유포돼 보도가 돼버린 상황이었다. 5시께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는 회의록 언론 공개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김태흠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회의 직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전달됐으니, 그쪽과 함께 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도 오후 6시께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국정원의 대화록 공개 방침에 대해 논의했지만 원본 공개 여부는 정하지 못했다. 반면, 유일호 새누리당 대변인은 회의 브리핑 뒤 기자들과 만나 “(법적으로) 공개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면 못할 이유는 없지 않나 싶다”고 주장했다.
김수헌 송채경화 기자
‘NLL 파문’, 보수에게 국익은 없다 [한겨레캐스트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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