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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북 인권’ 보호하겠다더니…북에 남은 가족 안전 ‘나몰라라’

등록 2016-04-11 01:29수정 2016-04-12 09:09

[집단 탈북 이례적 공개]
다른 노동자 신변·외교관계 감안
2000년이후 신분·경로 비공개
정부 스스로 원칙 깨며 정보 공개
“북, 식당 이미 파악…처벌 불보듯”
‘탈북주민 특별보호’ 법 위반 소지
청와대가 진두지휘하고 통일부·외교부 등이 동원된 이른바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공개와 ‘한국 정부의 대북 제재 효과’ 강조는,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를 강조해온 정부의 정책기조와 이율배반적이다. 4·13 총선 직전에 대북 제재 효과와 북한 내부 동요를 강조하기 위해 집단 탈북을 공개함으로써, 북쪽에 남은 탈북자 가족들은 물론 북한 해외식당 노동자들의 신변 안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집단 탈북 공개는 매우 갑작스럽게 이뤄졌고 언론 대응은 신속하고 일사불란하게 진행됐다. 그동안 정부의 기본 방침은 탈북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관련 당사국과의 외교관계, 탈북 관련자들과 북쪽에 남아 있는 가족들의 신변 안전 때문이다. 1980~90년대 김만철씨 등 일가족의 단체 탈북이 공개됐지만 2000년대 이후론 개별 탈북 사실을 언론에 알린 적이 거의 없다. 더구나 탈북자들의 입국 하루 만에 국가정보원 중심의 합동신문도 거치지 않고 언론에 공개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정부의 성급한 집단 탈북 공개로 북한 해외식당 노동자들과 북에 남은 탈북자 가족들의 신변에 위해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보통 탈북자들이 발생할 경우 북한 보위부는 실종으로 처리한 뒤 조사를 벌이는 한편 남한으로 간 게 밝혀지지 않으면 가족들은 처벌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 북한 당국이 이미 어느 식당인지 파악하고 가족들을 처벌할 가능성이 높다. 정광일 북한정치범수용소 피해자가족협회 대표는 “이미 (집단 탈북자들이) 다 노출된 상태다. 북한을 떠날 때 신원조회가 다 돼 있고 이탈할까봐 관리당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순 북한민주화위원회 부위원장은 “(집단 탈북자들의) 가족들은 (거주 지역에서) 추방되거나 집단 처벌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의 이번 집단 탈북 발표는 법 위반 소지도 크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 1항은 ‘대한민국은 보호대상자를 인도주의에 입각하여 특별히 보호한다’고 돼 있다.

정부의 집단 탈북 공개 자체도 모순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집단 탈북 사실을 공개하면서도 구체적인 신분은 물론 탈북 경로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제3국과의 외교마찰을 우려하고 이분들의 신변 보호, 향후 있을지 모르는 사례 등을 종합해 그동안 관례상 말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10일 “대북 단독제재 효과로 북한에서 출신성분 좋은 중산층 사람들이 집단 탈북했다는 데 의미가 작지 않다”면서도 “관계 기관에서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구체적 사안에 대해선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각 언론에서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해당 북한식당이 있는 지역들이 보도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장경욱 변호사는 “정부가 탈북자의 북쪽 가족들이 다 정치범수용소에 간다고 말해놓고 어디서 일했다는 식으로 신원이 밝혀지는 보도를 하도록 발표하는 것은 북쪽 가족들을 위험에 빠트리는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김진철 방준호 기자 nowhere@hani.co.kr

◇‘집단 탈북 이례적 공개’ 관련기사
▶‘집단 탈북 긴급발표’ 청와대가 지시했다
▶단독 제재→탈북→입국 ‘일사천리’…보이지않는 손 움직였나
▶총선 앞 탈북 공개 ‘신종 북풍’…전문가 “선거 영향 제한적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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