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학송, 김동철, 김상덕 씨앤앤(CNN)갈무리
북한이 오래도록 억류해온 미국인 3명을 9일 풀어줬다. 미국 여론을 조금이라도 우호적인 쪽으로 돌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내 입지를 높이려는 조처다.
9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을 계기로 풀려난 이들 가운데 가장 오래 억류됐던 사람은 목사로 알려진 김동철씨다. 그는 2015년 10월 함경북도 나선시에서 체포돼 석방 전까지 2년7개월여 동안 북한에 억류됐다. 그는 전직 북한 군인한테 핵과 관련한 자료 등이 담긴 유에스비(USB)와 사진기를 넘겨받는 과정에서 체포됐다는 게 그간 북쪽의 공식 설명이다. 김씨는 2016년 4월 간첩과 체제전복 혐의로 노동교화형 10년을 선고받았다고 전해진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나 1980년대에 미국으로 이민을 가 시민권을 취득하고, 2000년대 초반 중국으로 건너간 뒤 대북 사업에 관여하며 북한을 드나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억류된 김상덕(토니 김)씨는 중국 연변과기대 교수 출신으로 나진-선봉 지역에서 인도주의 사업에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평양과학기술대에 회계학 교수로 초빙돼 한 달 동안의 방북 일정을 마친 뒤 출국하는 길에 체포돼 ‘적대행위’ 혐의로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함께 풀려난 김학송씨도 지난해 5월 적대행위 혐의로 평양역에서 체포돼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외신 보도를 보면, 그는 스스로를 평양과학기술대에서 실험 농장을 운영해보려고 하는 선교사라고 소개한 바 있다. 그는 1990년대에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중국에서 국경을 넘어 북한으로 들어갔다고 전해진다. 2014년부터 평양과학기술대에서 농업기술 보급 활동 등을 했고, 지난해 5월 중국 단둥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려다 붙잡혔다.
북한이 미국인 억류자를 석방한 사례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대부분 정세를 대화 국면으로 돌리고 싶거나, 대화 국면의 동력을 강화하고자 할 때 이런 선택을 했다. 전직 대통령 등 미국 고위인사의 방북이 있은 뒤 억류하던 미국인을 풀어준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2009년 8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북한은 그해 3월 두만강 인근 북-중 접경지역에서 탈북자 관련 다큐멘터리를 찍다 체포돼 12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은 미국 언론인 로라 링과 유나 리를 석방했다. 2017년 6월 조셉 윤 당시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는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데리고 미국에 돌아갔다. 북한을 여행하다 호텔에서 선전물을 훔쳤다는 이유로 국가전복 음모죄 혐의로 노동교화형 15년을 선고받은 웜비어는 미국으로 돌아간 직후 숨졌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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