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북미 회담 개최 이견 없다”
폼페이오 “회담 충분히 준비돼 있다”
‘북의 체제 불안감 해소’가 핵심 의제
두 정상, 불가침 약속 등 교감 추정
트럼프 ‘중국 역할’ 거듭 비판
“회담 앞두고 부정적 여파” 우려도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시각)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단독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2일(현지시각) 워싱턴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의 ‘재검토 가능성’ 거론으로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미 정상회담(6월12일 싱가포르) 준비가 다시 동력을 확보했다.
우선 백악관의 조지프 헤이긴 부비서실장과 미라 리카델 국가안보 부보좌관 등이 포함된 ‘북-미 정상회담 준비팀’이 2주 가까이 중단됐던 북한 쪽과의 협상을 재개하려고 이번 주말 싱가포르로 떠날 계획이라는 <워싱턴포스트>의 회담 직후 보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보도가 맞는다면 북쪽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담화’ 형식을 빌린 ‘북-미 정상회담 재고 가능’ 경고 며칠 전부터 미국과의 물밑 협상장에 나타나지 않았고, 이번 회담을 계기로 교착 국면이 풀리리라는 뜻이다.
트럼프 행정부를 포함해 미국에서 확산되던 ‘북-미 정상회담 회의론’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약화하거나 물밑으로 가라앉으리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정상회담 뒤 브리핑을 통해, 두 정상이 “6월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 차원에서 북-미 정상회담 순항을 위한 정치적 의지를 다시 한번 다진 셈이다.
그동안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재검토 가능성’을 언급하자, 미국 쪽에선 북한의 이른바 비핵화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왔던 북한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려고 과거 대본에 있던 ‘벼랑 끝 전술’을 다시 꺼내든 것 아니냐는 냉소적인 주장도 워싱턴 외교가에 적잖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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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회담 결과를 설명하며 “트럼프 대통령도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리도록 하자는 데는 전혀 이견이 없었다”며 “이게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해야 된다, 안 해야 된다라는 의견이 전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은 해봐야 아는 것’이라며 “일단 (싱가포르에) 가봐야 되겠다”고 회담 의지를 강조했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6월12일 싱가포르 회담에 충분히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북-미 정상회담 준비에 가속도가 얼마나 붙을지는 한-미 정상 간 논의 내용과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백악관 고위 회담 준비팀의 싱가포르 출장 계획 보도는 긍정적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기로에 서 있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예민한 시점인 탓인지 청와대에선 극도로 말을 아꼈다. 다만, 윤 수석은 “두 정상은 최근 북한이 보인 한·미 양국에 대한 태도에 대해 평가하고, 북한이 처음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천명한 뒤 가질 수 있는 체제 불안감의 해소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보장’이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였음을 알 수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불안감은 결국 체제 보장 부분일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해 북한이 확신할 수 있게 체제 보장과 안전 부분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런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비교적 긍정적인 어조로 미뤄볼 때, 북한에 대한 불가침 약속, 한-미 연합훈련에서 전략자산 전개의 축소나 불참, 북-미 수교 방안 등을 두고 양국 정상이 상당히 깊숙이 논의했으리라 추정된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상응조처와 관련해 한-미 정상 간에 어느 정도 의견이 모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실제 문 대통령은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회담을 성사시켜 △한국전쟁 종식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 △북-미 수교와 관계정상화를 이루리라 “확신한다”며, “그것은 북한에도 실제의 안전을 보장함과 동시에 평화와 번영을 만들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성공을 위한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는 분명하다”고 강조했는데,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여러 다양한 정보를 통해서 대통령께서 가지고 있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문 대통령이 ‘도보다리’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나눈 대화와 남북 물밑 접촉 경과를 토대로 트럼프 대통령한테 설명해 동의를 얻은 부분이 있지 않겠냐는 기대 섞인 추측도 나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과정에서 ‘중국의 부정적 역할’에 대한 우려를 거듭 강조하고, 한-미 정상이 (중국을 뺀 남·북·미) 3국 정상의 종전선언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는 윤 수석의 전언은 부정적 여파가 우려된다. 김 위원장이 한달 남짓 만에 두번이나 방중했을 정도로 북한과 한반도 정세에 현실적 영향력이 막강하고, 정전협정의 서명 주체이기도 한 중국을 경원하는 듯한 움직임은 “적절하지 않다”는 게 다수 전문가의 지적이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이제훈 선임기자 yyi@hani.co.kr [관련 영상] <한겨레TV> | 냉전해체 프로젝트 ‘이구동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