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10일 오후 싱가포르 세인트 레지스 호텔로 향하고 있다. 싱가포르/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10일 싱가포르는 술렁이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두 정상이 묵는 숙소와 정상회담이 열릴 센토사섬 쪽 경호 인력이 늘었으나 긴장감보다는 ‘세기의 만남’ 개최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아 보였다.
창이국제공항에서 만난 한 택시운전사는 곧 있을 정상회담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그는 싱가포르가 북-미 정상회담의 역사적 무대가 된 데 대해 “매우 자랑스럽다. 전세계가 이 작은 나라를 주목하고 있다”며 “싱가포르가 회담 장소로 결정된 데는 치안이 좋은 것에 더해 싱가포르의 중립성 때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싱가포르는 누구의 편도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12일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센토사섬은 주말 사이 ‘꽃단장’을 했다. 섬 서쪽 끝, 실로소 요새에 남아 있는 60문의 대포에는 포구마다 꽃다발이 꽂혔고, 주변은 평화를 상징하는 올리브로 장식됐다. 센토사개발공사는 13일까지 나흘간 이 ‘평화의 장식’을 유지할 예정이다. 19세기 영국 식민지 시절 지어진 실로소 요새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침략에 맞선 영국의 진지로 쓰인 바 있다. ‘평화와 고요’라는 의미의 ‘센토사’란 이름은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10일 낮까지는 두 정상이 묵는 숙소에서 승용차로 약 20분 거리의 이 섬까지 가는 길에 검문검색은 없었다. 센토사섬의 팔라완 해변에서 만난 관광객들은 “통행이 불편할 줄 알았으나 평화로운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회담장인 카펠라호텔은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됐다. 정문에 설치된 보안검색소를 통과한 것은 경찰차와 트럭, 미국대사관 쪽 관계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탄 차량들뿐이었다.
마리나베이 에프1피트빌딩에 차려진 싱가포르 국제미디어센터(IMC)도 북-미 정상회담 소식을 전할 각국의 기자들로 북적였다. 세계 2500여명의 취재진이 등록한 미디어센터에는 300명에 이르는 싱가포르 정부 관계자들이 투입돼 행사를 지원했다. 미디어센터에 나와 있는 한 직원은 “정상회담을 열게 되어 당연히 기쁘다”며 “미디어센터를 차리려고 2주 정도 준비했다. 그사이에 정상회담이 취소됐다가 다시 살아났다”고 말했다. 이날 미디어센터에는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예고 없이 깜짝 방문하기도 했다.
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일본 <티브이 아사히> 기자는 “워낙 예측불가인 두 지도자가 만나 어떤 드라마를 펼칠지가 최대의 관심사”라며 “비핵화가 핵심인데 지금 여기서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어서 흥미롭다”고 말했다. <라디오 프랑스 인터내셔널>(RFI)의 캐리 노튼 기자는 “10년 동안 아시아를 담당해왔는데 3~4년 전이었다면 매우 비관적이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낙관적이다. 김정은이 밖으로 나오고 있고 트럼프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일이라도 생길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싱가포르 현지 요식업체들이 미디어센터에 무료로 식음료를 후원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창이공항 케이터링업체인 새츠는 24명의 셰프를 투입해 나흘간 7.5t의 음식(7천끼 분량)을 무료로 제공하며, 야쿤카야토스트, 코먼굿컴퍼니 등도 대표 품목을 지원하고 있다.
싱가포르/김지은 황준범 김성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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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 북-미 정상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