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에 이어 32년만에 두번째 한국을 처음 방문한 제시 잭슨 목사. 30대 중반 청년이었던 그는 이제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노인의 모습이지만 인권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현장을 여전히 누비고 있다.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칼을 쳐서 쟁기를 만든다’는 성경 말씀처럼, 아직 정전 상태인 한반도가 핵과 미사일 등 전쟁 무기에 투자하던 ‘전쟁경제’에서 학교, 병원 등에 투자하는 ‘평화경제’로 확실히 전환돼야 한다.”
지난 23일 미국의 인권운동가이자 침례교 소속인 제시 잭슨 목사(77)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이날 잭슨 목사는 김종훈 민중당 상임 공동대표의 초청을 받아 6박7일 일정으로 방한했고, 인터뷰는 국회 의원회관 김 의원실에서 진행됐다.
잭슨 목사는 최근 북-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데 대해 “남·북·미 사이에 이뤄지고 있는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협상에 대해 ‘평화는 불가능하다’며 꺼리는 세력들이 존재하고 있고, 이들로 인해 ‘두려움’으로 오염돼 있는 ‘전쟁경제’ 시스템이 형성돼 있는 이유가 크다”고 짚었다. 그는 ‘전쟁경제’에 대해 “전쟁 위협을 계속 유지하면서 무기 판매를 통해 이익 창출을 지속하려고 하는 세력들이 만들어낸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희망’으로 ‘두려움’을 이겨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잭슨 목사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것, 한-미 군사훈련을 줄이거나 없애는 것, 남북 이산가족 상봉 기회를 늘리는 것, 서울과 평양을 연결하는 철도를 놓는 것, 남북간의 무역 등 경제교류를 늘리는 것 등 ‘희망의 실천’을 통해 두려움의 만기가 다했음을 보여줘야 한다”며 “그러면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듯 한반도에서도 남북간의 휴전선 장벽도 반드시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잭슨 목사는 비핵화 여정에 나서야 하는 북한에 대해서도 ‘두려움’을 열쇳말로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카다피 정권이 붕괴된 리비아 사례 등 역사적 경험이 있기 때문에 북한이 미국을 신뢰하지 못하고 두려움을 갖는 것은 합당한 일”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두려움 속에서 살아왔던 북한은 이제 희망 속에서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그는 “굶주림 해소, 의료 지원, 교육의 기회 확대 등을 통해 북한을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잭슨 목사는 북-미 협상 교착의 또 하나의 원인으로 불신을 꼽았다. 그는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는 하룻밤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신뢰’를 쌓는 시간은 그만큼 가치가 있다”며 인내를 강조했다. 잭슨 목사는 “강경파들이나 일부 언론이 마구 개입해서 꽃이 잘 자라는지 확인하기 위해 꽃을 자꾸 만져보고, 뿌리가 잘 내리고 있는지 줄기를 뽑아보고 하면 꽃의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성급한 성과주의를 경계했다.
잭슨 목사는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김정은 위원장-문재인 대통령이 이루는 평화의 삼각축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대화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든 키포인트였다”며 “앞으로도 평화의 미래를 불러오기 위해서 문 대통령의 꾸준한 중재 구실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20대 이후 인권운동가로 살아온 잭슨 목사는 미국 ‘레인보 푸시 연합’(RPC)이라는 단체의 창립자이자 대표로서 흑인, 중남미인, 아시아인, 중동인, 원주민, 성소수자 등을 위한 미국 내 민권 강화와 세계 평화 증진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제시 잭슨(앞줄 가운데) 목사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중당 중앙당사를 방문해 김종훈·김창한 상임대표, 당무위원들과 간담회를 한 뒤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 민중당 제공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