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열린 만찬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타스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첫 대면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지난 2000년 자신의 방북 사실과 양국이 체결한 ‘조러 친선·선린 및 협조에 관한 조약’(북-러 친선조약)을 언급해 그 내용과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과의 단독회담 머리발언에서 “나는 (2000년) 북한 방문도 기억한다”며 “당신의 부친(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양국 간 우호조약 체결의 주창자 가운데 한명이었다”고 평가했다.
우선, 푸틴 대통령의 2000년 7월19~20일 북한 방문은 옛소련 붕괴와 1990년 9월 한국-소련 수교 이후 냉랭해진 북-러 관계 해빙의 물꼬를 튼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러시아 지도자로서는 사상 처음 평양을 방문한 것 자체가 북한에 대한 우호적 관계 개선의 몸짓이었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 직전인 그해 2월 양국은 북-러 친선조약을 체결한다. 이는 유사시 군사적 자동개입을 규정한 1961년의 ‘북-러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을 대체하는 것으로, 정치·군사 동맹관계에서 경제협력 파트너로 양국 관계를 새롭게 재정의하는 것이었다. 이는 당시 푸틴 대통령 방북의 발판이 됐다. 따라서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새 친선조약을 맺은 당사자가 김정은 위원장의 부친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향후 양국 관계를 ‘경제협력’ 중심으로 계속 발전시키고 싶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방북 과정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13개 항의 합의 내용을 담은 ‘북-러 공동선언’(평양선언)도 채택했다. 선언문은 △침략 또는 안전 위험 상황 발생 시 바로 상호 접촉 △인도주의 미명하에 내정 불간섭 등을 담고 있는데, 특히 양국 간 무역·경제·과학기술 연계를 위해 “경제 분야의 다양한 협정들을 체결해 나가고 금속이나 동력, 운수, 임업, 원유, 경공업 등과 관련해 대규모 협조 계획을 적극적으로 한다”는 내용이 눈길을 끈다.
이용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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