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성주 기지. 자료 사진. 성주/백소아 기자
미국이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인 사드(THAAD) 성능 개량에 대규모 예산을 배정하고, 한반도에서 패트리엇(PAC-3)과의 상호운용성을 확대하겠다고 밝혀,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 운용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이 한층 강화되는 것이어서 중국과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미국 미사일방어청(MDA)의 2021 회계연도 예산안 브리핑을 보면, 미국은 본토와 괌, 한국 성주 등 7곳에 배치된 사드의 성능을 개선하고, 요격미사일 등을 구매하는 데 10억달러(약 1조1800억원)를 배정했다. 원격 조정을 통해 사드 발사대의 이동성을 확보하고, 나아가 사드와 패트리엇 체계를 통합하겠다는 방향까지 제시했다. 미국은 앞서 이런 계획을 한국에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존 힐 미사일방어청장은 브리핑에서 “사드 발사대를 원격 조정하거나 (작전 반경을) 늘리는 것”이라며 “발사대를 포대와 분리할 수 있다면 운용에 더 많은 유연성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레이더를 뒤로 옮기고, 발사대를 앞에 놓을 수도, 추가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성주의 사드 포대는 레이더와 6기의 발사대가 유선으로 연결돼 한묶음으로 움직이게 돼 있다.
원격 조정의 범위가 어디까지 확장될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사드 발사대가 포대에서 분리될 경우 성주를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각에선 사드 성능 개량이 발사대 추가 배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국방부 당국자는 “미국이 실무적 차원에서 소프트웨어 개량을 통해 단계적으로 사드 체계를 업그레이드하겠다고 설명했을 뿐, 배치를 언급한 적은 없다”며 “사드 발사대 이동이나 추가 배치는 우리와 협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사드와 패트리엇의 통합 운용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가 한층 강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힐 청장은 통합 운용의 목표로 사드 레이더를 이용한 패트리엇 발사 등을 들었다. 일각에선 성주의 사드 레이더가 중국을 비롯해 전세계를 포괄하는 미국의 통합미사일 방어 체계와 연동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성주의 사드 레이더가 한반도를 벗어나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에 편입되는 것이어서 중국의 또 다른 반발이 예상된다.
미국은 또 브리핑에서 내년 예산에 성주 기지 관련 공사비 4900만달러(약 580억원)를 배정하고, 이를 한국 정부가 내는 가능성을 다뤄왔다고 밝혔다. 공사비에는 △무기고 △보안시설 △전기 △하수도 △도로 포장 등의 항목이 들어 있다. 정부가 지금까지 사드 배치 비용은 미국이 부담하고, 한국은 부지와 기반시설을 제공한다고 밝혀왔던 것을 고려하면, 공사비의 성격을 놓고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기반시설로 볼 수 있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며 “앞으로 일반환경영향 평가 등을 진행하면서 협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유강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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