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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94살, 95살, 99살’ 생존자의 목소리…“강제동원 3자 변제 거부”

등록 2023-03-14 05:00수정 2023-03-15 00:55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긴급현안질의 참고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긴급현안질의 참고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생존 피해자 3명 전원이 13일, 정부가 추진하는 ‘제3자 변제’를 거부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오는 16일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일본 쪽의 태도 변화가 없는 가운데 국내 반발 여론은 더욱 커지고 있다.

강제동원 생존 피해자인 양금덕(94)·김성주(95) 할머니와 이춘식(99) 할아버지 대리인단과 피해자 지원단체는 이날 “제3자 변제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정부안 거부 의사를 담은 내용증명을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재단)에 전달했다. 앞서 지난 6일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 배상 해법 최종안으로 일본 전범기업의 참여 없는 ‘제3자 변제안’을 발표했다. 행정안전부 산하 재단이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일본 전범기업을 대신해 배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대리인단과 피해자 지원단체는 이날 재단에 전달한 내용증명에서, 피해 당사자 동의 없이는 제3자가 채권을 변제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민법 제469조 1항에서는 제3자의 채무 변제가 가능하지만,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제3자 변제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리인단과 피해자 지원단체는 “의뢰인의 의사에 반하여 변제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양금덕 할머니도 이날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소집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굶어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런 돈 안 받겠다”며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에 반발했다. 또 “대통령에게 옷 벗으라고 하고 싶다”며 윤석열 대통령도 비판했다. 국회 외통위에서 민주당은 정부안을 규탄하고 일본 쪽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민주당은 이번주를 정부의 대일 외교를 비판하는 집중행동주간으로 지정하고, 주말인 오는 18일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서울시청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기로 했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강제동원 정부 해법 관련 긴급 국회 토론회’에서 피해자들이 일본 법원에서 소송을 진행한 2011년 12월 미쓰비시중공업이 작성한 합의문 수정안을 공개했다. 당시 수정안에선 미쓰비시중공업이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유감의 뜻을 표한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강제동원·강제연행’ 문구가 없어서 합의는 결렬됐다. 일본 정부와 피고 기업의 어떠한 유감 표명도 없이 분쟁을 정리하자는 윤석열 정부의 해법은 12년 전 미쓰비시중공업이 제시한 수정안보다도 한참 후퇴한 것이다. 이 이사장은 “10여년 전 상에 올렸다가 치워버린 쉰 나물을 다시 상에 올린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일본의 사죄를 요구하는 건 불가능할 거 같다’고 하는데 스스로 자기 무능력을 고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이날 현대일본학회 주최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정부안을 지지하는 의견이 나왔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한-일 관계의 개선을 문재인 정부에서 방치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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