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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퇴거명령이 한계…물리적 대응 ‘고심’

등록 2006-04-18 18:57수정 2006-04-19 16:30

국제관습법상 나포 등 사법조처 어려워
일, 독도영유권·동해표기 등 다목적 포석
일 수로측량 싸고 ‘격량의 동해’ 긴장 고조

일본 정부의 독도 인근 수로측량 계획을 둘러싸고 국제사회의 명분을 거머쥐려는 한국과 일본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양쪽이 겉으로 내세우는 논리와 현실적 이해타산도 고차 함수에 가까울 정도로 복잡하다. 한-일간 배타적 경제수역(EEZ) 경계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양쪽이 함께 존중할 ‘질서’가 마련되지 않은데다 역사 문제까지 얽혀 있기 때문이다.

한국 강공의 한계= 일본의 이번 수로측량 강행 방침의 밑바닥엔 독도 영유권을 둘러싼 국제분쟁을 불러일으키려는 노림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의 공개적 대응 방침은 “일본의 수로 탐사계획을 배타적 경제수역 문제로 국한해 다룬다”는 것이며, 먼저 강공을 취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하면서도 배타적 경계수역 획정이 이뤄지지 않은 현실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본의 수로측량계획 철회를 촉구하고 있지만, 일본이 한국 쪽 배타적 경제수역 안으로 밀고 들어오려 할 경우 사태가 복잡해진다. 이때 일본이 유엔 해양법 협약과 한국법의 규정에 따라 한국 정부의 승인을 요청할 가능성은 없다. 배타적 경제수역과 관련한 한국 쪽 주장을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또 한국 쪽에서 보면, 일본의 불법진입이다. ‘영해 및 접속수역법’, ‘배타적 경제수역법’, ‘해양과학조사법’ 등을 보면, 한국은 이 경우 선박의 정선·검색·나포 및 사법절차를 포함해 필요한 조처를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국제관습법 등에 비춰 다른 나라 군함이나 비상업용 정부선박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이 경우에도 ‘영해 및 접속수역법’의 제8조에서 한국법을 어길 경우 “시정이나 영해로부터 퇴거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정부의 물리적 대응 수단이 많지 않다.

다만, 유엔 해양법 협약 제74조3항은 배타적 경제수역 획정 분쟁과 관련해, “과도적 기간 동안 최종 합의에 이르는 것을 위태롭게 하거나 방해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우선 이를 근거로 먼저 문제를 일으킨 쪽이 일본임을 명확히 하겠다는 생각이다.

야치 쇼타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17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지난 4년간 일본의 항의에도 (일본 쪽 배타적 경제수역 안에서)조사를 했다”고 강조한 것은, 일본도 비슷한 논리로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엔 해양법 협약을 기준으로 하면 한국이 먼저 도발한 것이지 일본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수로측량은 독도 영유권, 배타적 경제수역 획정, 동해 표기 논란과 복합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일본으로서는 ‘다목적 포석’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수로측량선이 한국 정부의 ‘퇴거’명령을 무시하고 한국 쪽 배타적경제수역 안으로 깊이 들어올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면 한-일 관계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야치 차관이 이번 수로측량계획의 목적을 오는 6월 독일에서 열리는 국제수로기구(IHO) ‘해저지명소위원회’를 염두에 둔 자료 수집 차원으로 설명한 것은, 치고빠지기식 전술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이제훈 기자, 도쿄/박중언 특파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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