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조용한 외교 계속할지 결정할 때”
반기문 외교 “독도 기점 배타수역 배제안해”
반기문 외교 “독도 기점 배타수역 배제안해”
독도 주변 해역에서 수로탐사를 벌일 일본 해상보안청 측량선이 도쿄를 출발했다고 <교도통신>이 18일 밤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은 독도 문제에 대한 지금까지의 ‘조용한 대응’ 기조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한-일 긴장이 더욱 높아지 있다.
교도통신은 이 측량선이 돗토리현 사카이항에 입항한 뒤, 20일 독도해역으로 출발해 해도 제작용 측량 등을 벌인 뒤 26일 사카이항으로 돌아올 예정이라고 전했다. 측량선의 조사대상에는 한국 쪽 배타적 경제수역(EEZ)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 관계자는 “측량선이 동해 쪽 항구로 오더라도 곧바로 출항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혀, 일본의 심리전 차원의 움직임일 가능성을 내비쳤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저녁 청와대에서 한나라당을 뺀 여야 지도부와 저녁을 함께한 자리에서 일본의 수로측량 계획과 관련해, “(정부가 독도 영유권을 둘러싼) 일본의 분쟁지역화 의도에 말리지 않으려고 대응을 절제하는 조용한 외교를 몇 년 간 해 오는 동안 일본이 하나둘씩 공격적으로 상황을 변경하고 있다”며 “이런 대응기조를 계속 가져갈 것이냐도 결정해야 할 시점에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오래 전부터 일본이 취한 일련의 행위를 연결해 보면 단지 배타적 경제수역 경계 분쟁으로 이해하기 곤란한 측면이 많다”며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역사교과서, 독도 도발 행위 등을 종합하면 일본의 국수주의 성향을 가진 정권이 과거 침략의 역사를 정당화하는 행위이기도 하고, 미래 동북아 질서에 대한 도전적 행위”라고 말했다.
정부는 19일 오전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 주재로 외교안보 관련 장관급 인사들이 참석하는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일본의 수로측량 계획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한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답변에서 “(배타적 경제수역과 관련해) 독도 기점 사용을 배제한 것은 아니다”라며 “외국 사례와 일본의 교섭 태도, 국익, 판례 등에 따라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1996년 유엔 신해양법 비준·발효 이후, 한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독도의 영유권을 둘러싼 한-일 분쟁 등 국제적 논란을 피하려고 동해의 배타적 경제수역 선포 기점으로 독도 대신 울릉도를 써 왔다. 반 장관은 “독도와 울릉도 수역은 절대로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이 될 수 없는 수역”이라며 “탐사 강행 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나종일 주일 한국대사는 17일 일본 야치 쇼타로 외무성 사무차관을 만나 수로측량 계획을 놓고 의견을 주고받았다. 일본 쪽은 수로탐사의 ‘상호 통보’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치 차관은 기자회견에서 한-일 간에는 이들 해역에서 과학조사를 할 경우 일-중 사이에 하는 것과 같은 사전통보 제도가 없다며, “한-일도 사전통보의 틀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야치 차관은 “일본은 과거 30년 동안 해당 해역에서 조사를 하지 않았으나 한국은 과거 4년간 일본이 항의했지만 조사를 해 왔다”고 주장했다.
김의겸 이제훈 기자, 도쿄/박중언 특파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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