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분쟁해결 배제로 재판회부 ‘사전차단’ 포석
정부가 유엔 해양법협약상의 강제 분쟁해결 절차를 배제하기 위한 선언서를 기탁한 것은 일본과의 갈등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것에 대비한 `단호한 조치'로 풀이된다.
일본의 우리 배타적경제수역(EEZ)내에서의 측량계획에 대한 경고와 외교적 노력에 이어 향후 물리적 충돌 등으로 독도 및 인근 수역이 국제 분쟁화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강경한 포석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비준서 기탁 효과 = 외교통상부는 유엔 해양법 협약상 강제 분쟁해결 절차의 적용을 배제하기 위한 선언서를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에게 기탁했으며 기탁일인 18일부터 발효됐다고 20일 밝혔다.
선언서 기탁으로 EEZ 및 독도문제 등으로 일본과 분쟁이 발생해 일본측이 이를 근거로 국제재판소에 제소하는 경우에도 우리는 이에 응할 아무런 의무가 없어지게 됐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가 선언서 기탁을 철회하지 않는 한 독도나 EEZ 문제로 일본측과 국제재판소에서 얼굴을 맞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와 해상을 경계로 하고 있어 분쟁 가능성이 있는 일본과 중국은 `강제분쟁해결 절차의 선택적 배제'를 위한 선언서를 기탁하지 않은 상태다.
통상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국제재판소인 국제사법재판소(ICJ)는 분쟁 발생시 한쪽이 소를 제기하고 다른 당사자가 이에 응소를 해야 재판을 진행한다.
반면 우리나라가 1996년 비준한 유엔 해양법협약은 분쟁의 한쪽 당사국이 소송을 제기하면 상대국이 원하지 않더라도 이에 응해야 하는 강제적 분쟁해결 절차를 두고 있다.
그러나 유엔 해양법협약은 이 같은 강제 분쟁해결 절차에도 예외를 두고 있다. 강제 분쟁해결 절차의 적용을 배제하는 선언서를 기탁하면 의사에 반하는 재판에 회부되지 않을 권리를 부여한 것이다. 강제 분쟁해결 절차 적용이 배제되는 경우는 ▲해양경계획정 등과 관련된 분쟁 ▲군사활동에 관한 분쟁, 해양과학조사 또는 어업관련 연안국의 법집행 활동에 관한 분쟁 ▲유엔헌장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권한 수행에 관한 분쟁 등이다. 우리 정부의 선언서 기탁은 당장은 일본측과 갈등을 빚고 있는 수로측량을 포함하는 개념의 `해양과학조사'의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해양법 협약에는 분쟁해결을 위해 국제사법재판소나 국제해양법재판소, 중재재판소, 특별중재재판소 등 총 4개의 재판소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해양법 협약상 분쟁 해결 문제와 관련해 이들 가운데 특정 재판소를 선택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중재재판소로 가게 돼 있으며 우리나라를 비롯, 일본, 중국은 그동안 특정 재판소를 선택하지 않은 상태다. 현재 유엔 해양법 협약을 비준한 149개 당사국 가운데 강제 분쟁해결 절차의 배제를 선언한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호주, 캐나다, 러시아, 영국, 프랑스, 덴마크 등 총 25개국에 이른다. 물론 강제 분쟁해결 절차의 적용 배제는 철회가 가능하다. ◇선언서 기탁 의미와 배경 = 국제재판소에 의한 강제적 분쟁해결 절차를 배제하는 선언서를 기탁한 것은 현재 EEZ내 수로측량 문제로 일촉즉발의 위기에 빠진 일본과의 갈등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다를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정부 당국자들은 일본측의 EEZ 수로측량 계획에 대해 연일 강경한 발언들을 쏟아내면서도 일본측의 자진철회를 위해 외교적 노력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측량계획을 실제 행동에 옮길 경우 해경정 등을 통해 저지에 나서는 등 물리적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태세다. `동해 도발'을 준비중인 일본 해상보안청 소속 측량선 2척이 실제 일본 돗토리(鳥取)현 사카이(境)항 인근 해역에서 대기하는 등 한일간 갈등은 일촉즉발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동해상에서 EEZ 진입을 놓고 한일간의 물리적 충돌이 현실화될 수 있고 이를 계기로 EEZ 문제 및 독도 문제가 국제 분쟁화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큰 탈없이 넘어가더라도 독도 분쟁화를 위한 일본의 도발이 계속될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강제 분쟁해결 절차를 배제하는 선언서를 기탁한 것은 정부의 이 같은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외교부 당국자는 "오랜 기간 검토해온 통상적 법률 집행행위로, 모든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또 "해양법 협약의 분쟁해결 절차는 해양법 해석과 적용에 관한 것으로 영토분쟁과는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일본측의 수로측량 계획이 이번 선언서 기탁을 촉진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해 이번 사태가 선언서 기탁을 촉발한 직접적인 계기가 됐음을 시사했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 (서울=연합뉴스)
그러나 유엔 해양법협약은 이 같은 강제 분쟁해결 절차에도 예외를 두고 있다. 강제 분쟁해결 절차의 적용을 배제하는 선언서를 기탁하면 의사에 반하는 재판에 회부되지 않을 권리를 부여한 것이다. 강제 분쟁해결 절차 적용이 배제되는 경우는 ▲해양경계획정 등과 관련된 분쟁 ▲군사활동에 관한 분쟁, 해양과학조사 또는 어업관련 연안국의 법집행 활동에 관한 분쟁 ▲유엔헌장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권한 수행에 관한 분쟁 등이다. 우리 정부의 선언서 기탁은 당장은 일본측과 갈등을 빚고 있는 수로측량을 포함하는 개념의 `해양과학조사'의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해양법 협약에는 분쟁해결을 위해 국제사법재판소나 국제해양법재판소, 중재재판소, 특별중재재판소 등 총 4개의 재판소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해양법 협약상 분쟁 해결 문제와 관련해 이들 가운데 특정 재판소를 선택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중재재판소로 가게 돼 있으며 우리나라를 비롯, 일본, 중국은 그동안 특정 재판소를 선택하지 않은 상태다. 현재 유엔 해양법 협약을 비준한 149개 당사국 가운데 강제 분쟁해결 절차의 배제를 선언한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호주, 캐나다, 러시아, 영국, 프랑스, 덴마크 등 총 25개국에 이른다. 물론 강제 분쟁해결 절차의 적용 배제는 철회가 가능하다. ◇선언서 기탁 의미와 배경 = 국제재판소에 의한 강제적 분쟁해결 절차를 배제하는 선언서를 기탁한 것은 현재 EEZ내 수로측량 문제로 일촉즉발의 위기에 빠진 일본과의 갈등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다를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정부 당국자들은 일본측의 EEZ 수로측량 계획에 대해 연일 강경한 발언들을 쏟아내면서도 일본측의 자진철회를 위해 외교적 노력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측량계획을 실제 행동에 옮길 경우 해경정 등을 통해 저지에 나서는 등 물리적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태세다. `동해 도발'을 준비중인 일본 해상보안청 소속 측량선 2척이 실제 일본 돗토리(鳥取)현 사카이(境)항 인근 해역에서 대기하는 등 한일간 갈등은 일촉즉발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동해상에서 EEZ 진입을 놓고 한일간의 물리적 충돌이 현실화될 수 있고 이를 계기로 EEZ 문제 및 독도 문제가 국제 분쟁화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큰 탈없이 넘어가더라도 독도 분쟁화를 위한 일본의 도발이 계속될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강제 분쟁해결 절차를 배제하는 선언서를 기탁한 것은 정부의 이 같은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외교부 당국자는 "오랜 기간 검토해온 통상적 법률 집행행위로, 모든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또 "해양법 협약의 분쟁해결 절차는 해양법 해석과 적용에 관한 것으로 영토분쟁과는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일본측의 수로측량 계획이 이번 선언서 기탁을 촉진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해 이번 사태가 선언서 기탁을 촉발한 직접적인 계기가 됐음을 시사했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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