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분쟁해결 배제 선언서 유엔총장에 기탁
반기문 외교 “수로조사 철회 전제 협상 가능”
반기문 외교 “수로조사 철회 전제 협상 가능”
일본의 수로측량 계획을 둘러싸고 정부는 일본 쪽에 외교적 협상의 가능성을 밝히는 한편으로 물리력 행사 가능성을 염두에 둔 법률적 조처를 마련하는 등 강경 자세를 유지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20일 오시마 쇼타로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일본이 동해 수로측량을 강행하면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을 분명하게 밝히면서, 일본의 조사 철회를 전제로 한 외교적 협상 가능성을 전달했다.
이에 앞서 일본은 지난 17일 야치 쇼타로 외무성 사무차관이 나종일 주일 한국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국제수로기구에 한국의 지명표기 제출 철회 △지명표기 등 논란사항에 대한 사전협의제 도입 △수로측량 계획 사전통보 △배타적 경제수역 경계획정 협상 재개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 장관은 40분 동안 진행된 이날 면담에서 일본 쪽의 수로측량 자진 철회를 전제로 한국 쪽 견해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애초 이날로 예정했던 독도 주변 수로측량 개시를 일단 연기했으며, 아소 다로 외상과 아베 신조 관방장관 등은 외교경로를 통한 교섭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일방적 제소로 배타적 경제수역(EEZ) 경계나 해양 과학조사를 둘러싼 분쟁이 국제재판소로 가는 것을 막고, 유엔 해양법 협약상의 강제 분쟁해결 절차를 배제하기 위한 선언서를 지난 18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에게 기탁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측량선 나포 등 강경한 물리력 행사를 위한 국제법적인 대비책으로 보인다.
이승재 해양경찰청장은 이날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일본 수로측량선이 동의 없이 우리 정부가 선포한 배타적 경제수역 안에서 조사를 강행하면 강력히 조처하고, 그 수단으로 정선, 나포와 같은 물리력 행사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청장은 “현재 한·일 양국이 서로 항공기까지 동원하는 상황은 여러 한계가 있어 어렵다고 보지만, 영토수호를 위한 수단으로 항공기 동원도 준비하고 있다”며 “필요한 측면은 군과 잘 협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경은 이날 오전 강릉비행장에 대기하던 초계기 챌린저호를 이륙시켜 독도 상공에서 우리 해경 경비함과 입체적 작전을 수행하고, 일본 순시선의 움직임을 정찰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제1차관도 국회에서 ‘일본 해상보안청 소속 탐사선이 우리 쪽 배타적 경계수역에 진입할 경우 나포를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우리 주권을 침해하는 심각한 행위로 국내법으로 처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가 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지금 이 시점에서도 과거 부당한 역사로 취득한, 침략전쟁으로 확보한 점령지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일본의 수로탐사 강행을 비난했다. 노 대통령은 “단지 그저 화해하겠다는 말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 있다”며 “우리가 선의를 가진다고만 되는 일이 아니며,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태호 성연철 김의겸 김영환 기자 kankan1@hani.co.kr
강태호 성연철 김의겸 김영환 기자 kankan1@hani.co.kr
이슈독도 영토주권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