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4일 오후 청와대에서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만나 환담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달 말 2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북한과의 실무협의 차 3일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4일 청와대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면담하는 등 한-미 간 밀도높은 사전 의견조율을 벌였다. 비건 대표의 청와대 방문은 지난해 12월 21일에 이어 한달 반여 만으로, 당시에도 정 실장을 만난 바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4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정 실장이 오늘 오후 4시부터 50분동안 청와대에서 비건 대표와 면담을 가졌다”며 “정 실장은 북-미 실무협상을 앞두고 미국 쪽의 입장을 청취하고, 우리 정부가 생각하는 현 단계의 상황평가와 앞으로 해야 할 과제 등에 대해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어 “정 실장은 아울러 예정된 북-미 실무협상이 내실있게 진행돼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는 뜻도 전달했다”고 말했다.
앞서, 비건 대표는 전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곧바로 서울 시내에서 우리쪽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동했다. 애초 비건 대표와 이 본부장은 4일에 만날 예정이었으나, 회동을 하루 앞당겨 북-미 실무협상 전략을 협의했다고 외교소식통은 밝혔다. 비건 대표는 북쪽과의 실무협상을 마친 뒤 한차례 더 이 본부장을 만나 협상 내용을 공유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건 대표는 5일 북쪽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와 만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대표가 북한과 실무회담을 앞두고 신중한 비공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비건 대표는 3일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출발한 항공기를 타고 이날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북-미 실무회담 일정이나 서울에서의 일정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노코멘트”라고만 할 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비건 대표는 4일 오전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와도 북-미 실무회담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용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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