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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순직, 산업재해, 군 성폭력…그리고 ‘대통령의 약속’

등록 2022-01-09 14:59수정 2022-01-09 15:26

정치BAR _ 이완의 정치반숙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엄수된 평택 신축 공사장 화재 순직 소방공무원 합동 영결식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경기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엄수된 평택 신축 공사장 화재 순직 소방공무원 합동 영결식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경기사진공동취재단

산업재해, 군내 성폭력, 소방관 순직….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년 사이 참석한 장례입니다.

문 대통령은 8일 오전 평택 물류창고 화재현장 순직 소방관 합동 영결식에 참석했습니다. 청와대를 취재하는 기자들에게도 사전에 공지되지 않은 ‘갑작스런’ 영결식 참석이었습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늦은 밤, 아니 오늘(8일) 새벽 지시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조사 없이, 그저 순서가 허락하면 헌화와 분향 정도로” 하겠다면서 영결식장으로 향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별도 소개 없이 열의 뒷자리에 서서 운구와 유족들을 맞이했고, 식순 마지막에 홀로 분향하고 유가족에게 조의를 표했습니다. 오전 11시15분 마지막 운구차량이 떠날 때까지 문 대통령은 자리를 지켰습니다.

최근 1년새 문 대통령이 일반인의 장례에 참석한 것은 이번까지 세번째입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평택항에서 일하다 산업재해로 숨진 고 이선호씨의 빈소를 찾았습니다. 문 대통령은 “노동자들이 안전에 대한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드렸는데 송구스럽다”고 했고, 이선호씨의 아버지는 “철저한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도 있어야겠지만 제발 이제는 이런 사고를 끝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6월에는 군내 성폭력 피해로 세상을 떠난 고 이예람 공군 중사의 추모소를 방문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고 유가족에게 사과했고, 이 중사의 아버지는 “딸의 한을 풀고 명예를 회복시켜 달라, 철저하게 조사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재발방지’와 ‘명예회복’. 유가족들이 원한 것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0월에는 현장실습을 나온 고등학생이 법적으로 금지된 잠수작업을 하다 숨졌고, 11월에는 특고압 전선 작업을 위해 전봇대에 올랐던 한국전력 하청업체 직원이 감전사고로 숨졌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 해(2022년)를 앞두고 일터의 죽음은 계속됐습니다. 문 대통령은 4일 국무회의에서 “정부 출범 때 산재 사고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공약에는 턱없이 미흡하다. 산업현장에서 여전히 후진적인 사고가 발생하고 있어 부끄럽고, 사고가 날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엄수된 경기도 순직 소방공무원 영결식에서 운구행렬을 향해 묵념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엄수된 경기도 순직 소방공무원 영결식에서 운구행렬을 향해 묵념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고 이 중사의 명예회복을 위한 진상규명도 유가족들은 미진하다고 봅니다. 이 중사의 유족은 지난해 11월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20주년 기념식 참석을 위해 온 문 대통령을 찾아 특별검사 도입을 요청했습니다. 유족들은 “국방부 부실 수사로 책임자들이 전부 풀려났다. 특검으로 이 사건을 다시 들여다봐 달라”는 면담요청서를 전달했습니다.

장례는 유가족의 슬픔을 위로 하고, 안타까운 사연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공동체의 다짐입니다. 국가 수반인 대통령의 진심을 담은 장례 참여는, 공동체가 다짐을 넘어 약속하는 것입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쿠팡 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구조대장이 돌아오지 못하자 “마음이 아프다”며 재발방지 대책을 포함해 최선의 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습니다.

소방관 순직, 군내 성폭력, 산업재해…. 장례식과 “가슴이 메인다”는 말이 되풀이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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