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BAR

거침없던 마지막 인터뷰, 문 대통령은 만족했다는데…

등록 2022-04-28 09:31수정 2022-04-28 14:20

정치BAR_이완의 정치반숙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손석희 전 앵커와 대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손석희 전 앵커와 대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퇴임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이 춘추관(청와대 브리핑룸) 기자들과 한 간담회와 손석희 전 <제이티비시>(JTBC) 앵커와의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임기 중 언론과의 만남을 사실상 마무리 했다. 문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자신의 임기 5년 동안의 성과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아쉬움을 깊게 표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로 불거진 ‘정권교체론’ 때문에 3월 대선에서 졌다는 시각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 25일∼26일 이틀에 걸쳐 방송된 ‘문재인의 5년’ 대담에선, 문 대통령이 손석희 전 앵커의 질문에 동의하지 않는 장면이 몇 차례 나온다. “그것을 왜 갈등이라고 말씀하는 지 모르겠다” “저는 (이번 대선에) 한번도 링 위에 올라가 본 적이 없다” “문제의 본질을 이상하게 돌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등, 문 대통령은 자신을 향하는 비판에 수긍할 수 없다는 반박을 여러 차례 했다.

손 전 앵커가 “물러나는 정권과 새로 취임하는 정권 간 갈등이 있을 수 있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그게 왜 갈등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순조로운 상황은 아니지 않냐”는 추가 질문에도, 문 대통령은 “당선인 측이 바라는 바니까 ‘그냥 입 닫고 가만히 있는다’ 그래야 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그것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밝히는 것이 갈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손석희 전 앵커와 대담을 나누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이 손석희 전 앵커와 대담을 나누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정부 임기 내내 논란이 되었던 정치인을 향한 이른바 ‘팬덤 문화’의 부작용을 짚는 손 전 앵커의 지적에도 쉽사리 동의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합리적인 비판자들이 제대로 비판하지 못하게 만들어, 잘못된 길을 가더라도 수정 내지 교정할 기회가 줄었다’는 손 전 앵커의 말에 “그렇게 이야기하면 문제의 본질을 굉장히 이상하게 돌리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편 가르기 위해서 혐오나 차별도 무릅쓰는 정치가 문제지, 그런 편가르기 정치를 넘지 못했다고 하면 당연히 인정해야겠지만, 일부 소수 지지자 때문에 그런다는 것은 문제의 방향이 좀 잘못 돌려진 것”이라고 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27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이번 대담에서 대통령 자신은 하고 싶은 말만 할 뿐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부분은 잘 보이지 않았다”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할 만큼 일반인이 잘 모르던 문 대통령의 민낯이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치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이 반대 쪽에서 ‘갈등’이라고 말하는 부분에 대해 쉽게 동의하지 않는다는 시각을 보여준 셈이다. 다만 윤 실장은 ‘정치인 팬덤 문화’에 대해 문 대통령이 “진정한 지지자라면 자기가 지지하는 사람들의 지지를 확장시켜주는 지지여야 하고, 지지를 오히려 좁히고 확장을 가로막는 지지라면 이것은 진정한 지지가 아니다”고 한 부분은 이전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대담에서 자신의 임기 5년 동안의 성과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을 틈나는 대로 언급했다. 경제적 불평등 확대를 지적하자 “조금 잘못 알려진 부분 같다”며 최저임금 인상 이후 지니계수와 상대적 배분율 등이 개선되었다고 했다. ‘남북관계가 결국 5년 전으로 돌아갔다’는 평가에 대해선 “그러면 5년간의 평화는 어디로 날아갔냐”며 “2017년 한반도 전쟁위기가 해소되고 대화와 외교의 국면으로 전환된 것은 저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나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여당 후보가 패배한 주요 원인이 문재인 정부의 실패로 인한 ‘정권교체’ 열망 때문이었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저는 한번도 링에 올라가 본 적이 없다. 입도 뻥긋할 수 없었다. 현 정부에 대해서 마구잡이로 반대하고 공격하고 비판해도 우리 정부는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선거를 치렀다”고 강변했다. ‘억울함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는 말에 “대통령 지지도가 높다고 해서 선거 승리로 이러지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지지도가 낮다고 해서 패배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권교체론으로 선거가 결판나는 거라면 왜 선거가 필요하겠냐”고 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에 대해 거침없이 비판하기도 했다.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는 결정에 대해 “별로 마땅치 않게 생각된다” “어디가 적지일지 충분히 논의하고 안정적으로 이전해야 하는데 ‘하루라도 청와대에 있지 못하겠다’ 이런 류의 결정과 추진 방식은 참 수긍하기 어렵다”고 했다. 윤 당선자가 선거 기간 북한을 향해 ‘선제 타격’ ‘버르장머리 고친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국방부장관이나 합참의장 정도에선 몰라도 국가지도자로서는 적절하지 못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당선자가 북한하고 상대해 본 또는 외교에 대한 경험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고 빠르게 ‘대통령의 모드’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퇴임 직전 대통령이 후임자에 대해 이처럼 날을 세우는 것은 우리 역사에서 보기 힘든 장면이기도 하다. 윤 당선자 쪽도 이날 “퇴임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헌법 가치를 수호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책무에 집중해주실 거라고 믿고 부탁드리고 싶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이 인터뷰를 위해 청와대를 찾은 손석희 전 앵커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이 인터뷰를 위해 청와대를 찾은 손석희 전 앵커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청와대 제공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이에 대해 “당선자와 각을 세우거나 대결을 하자는 게 아니라 현직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조언과 충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면서도, 일부러 윤 당선자를 향한 이야기들을 풀어놓은 것은 아니라고 했다. 손 전 앵커와의 대담을 앞두고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의 회동이 미뤄지고,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더불어민주당의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법안 추진 등 현안이 쌓이면서 문 대통령의 생각이 드러날 수 밖에 없는 인터뷰가 되었다는 설명이다. 청와대는 이번 인터뷰 질문은 사전에 조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탁현민 비서관은 “대통령은 그동안 적극적으로 공박하지 못했던 것까지 다 말씀했고, (대담에) 무척 만족했다”고 전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법치 근간 흔드는 윤석열·국힘…헌재 협공해 ‘불복 판짜기’ 1.

법치 근간 흔드는 윤석열·국힘…헌재 협공해 ‘불복 판짜기’

최상목 쪽 “헌재가 마은혁 불임명 위헌 결정해도 법무부와 논의” 2.

최상목 쪽 “헌재가 마은혁 불임명 위헌 결정해도 법무부와 논의”

윤석열·전광훈이 이끄는 극우 정당, 국힘 하기에 달렸다 3.

윤석열·전광훈이 이끄는 극우 정당, 국힘 하기에 달렸다

“권영세·권성동 이제 와서 인간적 도리? 비겁”…김재섭, ‘윤 접견’ 비판 4.

“권영세·권성동 이제 와서 인간적 도리? 비겁”…김재섭, ‘윤 접견’ 비판

이재명 “끝이 없다”...검찰 통신정보 조회 통지 SNS 올려 5.

이재명 “끝이 없다”...검찰 통신정보 조회 통지 SNS 올려

만 40살 이준석 “퍼스트 펭귄 되겠다”…사실상 대선출마 선언 6.

만 40살 이준석 “퍼스트 펭귄 되겠다”…사실상 대선출마 선언

최상목에 “헌재 결정 무시하라”는 권성동…그 얄팍하고 무지한 노림수 7.

최상목에 “헌재 결정 무시하라”는 권성동…그 얄팍하고 무지한 노림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