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청년 문제’를 해결해보겠다고 한다.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청년 문제 대책을 발표해달라’는 <정치BAR>의 초청에 각 정당의 대표선수들이 지난 15일 서울 동교동 미디어카페 후에서 ‘청춘아 정치하자 피티쑈’ 2회의 연사로 섰다. 정치바는 지난 1월 ‘청춘아, 정치하자 피티쑈’ 1회를 열어 청년들의 진짜 문제를 짚었다. 청년의 정치 참여(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주거 불안 해소(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대안적 일자리 시도(오창민 성북신나 사무국장)가 제안됐는데 이번 피티쑈에서 각 정당들은 청년들의 제안에 적극적으로 응답했다. 100여명의 객석 청중이 열정적으로 듣고 물었다. 발표 순서대로 정리했다.
■ 더민주, 청년경제기본법으로 꿈꾸는 세상
더불어민주당의 청년정책은 청년경제기본법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법안 준비에 참여한 김정훈 더민주 유능한경제정당위원회 연구위원은 “청년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생활도 영위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이라고 말했다. 과거 청년지원법들이 일자리, 창업지원 등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법은 청년들의 생활안정 대책까지 아우른다. 김 연구위원은 “성남시가 청년배당제를 시행할 때 근거 법이 없어서 가장 힘들었다. 청년경제기본법이 생기면 청년배당제의 근거 법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이 통과되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생활안정 △부채 경감 △주거 안정 및 주거수준 향상 등의 사항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이 법을 근거로 김 연구위원은 국민연금 10조원을 투자해 5만개의 셰어하우스를 운영할 수 있다고 했다. 국민연금의 지난해 수익률 4.5%로 계산하면 월세 20만원대의 주택을 청년에게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민주는 순이익 1억원 이상 기업에 1%(100만원)를 걷는 ‘청년세’도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 새누리, 다양한 청년 문제 다양한 해결책을
‘보수의 가치로 청년 문제 해결’을 내세웠다. 정현호 새누리당 청년혁신위원장은 “개인의 창의성을 극대화하고, 공평한 기회를 보장하면서 동시에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정책을 추구한다”며 “청년들의 다양한 상황에 맞춘 다양한 정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진단은 이런 식이다. ‘대학생에게는 장학금을, 졸업생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천편일률적 정책으로는 다양하게 분화된 청년들 각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 위원장은 “17개 부처에서 총 10조원을 들여 200개가 넘는 청년정책을 집행하고 있는데도 청년들이 ‘도움받고 있다’는 느낌을 못 받는 이유”라고 했다. 예를 들어 주거 문제를 풀려면 공공 기숙사를 무작정 공급하기보다는 기호에 맞춰 공공·민관협력·민간 등이 다양한 형태로 집을 제공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 정의당, 고용보험 안전망 청년실업 품어야
“청년 문제는 ‘청년’의 문제가 아니다. 청년세대가 40대가 되어도 해결되지 않는다.”
정의당 청년정책의 기조는 조성주 미래정치센터 소장의 이 말에 모두 담겨 있다. 조 소장은 “한국 사회의 근본 구조를 바꾸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 일자리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일자리 문제’를 푸는 식의 접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근본 구조를 바꾸기 위해 정의당은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들(노동 밖의 노동)의 문제를 풀자고 제안했다. 특수고용직 노동자와 자영업자들에게 실업급여 혜택을 주고, 지방대 시간강사 8만명과 대학원생 33만명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자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현행 고용보험 제도가 40~50대를 위한 실업 안전망에 그치고 있는 현실도 비판했다. 조 소장은 “학교를 졸업하고 첫 직장을 구하지 못한 청년들을 ‘실업자’로 인정해 실업급여를 줘야 한다”며 “모두를 위한 실업안전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녹색당,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일자리 중심의 정책이 청년정책의 문제”라는 게 녹색당의 시각이다. 김주온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예정자)는 “저성장 시대에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데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하는 것은 근시안적 대책이다. 억지로 만든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겠느냐”고 되물었다. 관점의 전환을 제안한 녹색당은 모두에게 조건 없이 일정한 현금소득을 보장하는 ‘기본소득’을 내놓았다.
예상되는 여러 비판에 반박 논리도 준비했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하지 않느냐’고들 한다. 그러나 고기 잡는 법을 배우기 전에 일단 살려면 고기를 먹어야 한다. 그런데 이미 바다에 물고기가 없다. 그나마 있는 물고기도 소수의 사람들이 독식하고 있다.” 생계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말 하고 싶은 일, 배우고 싶은 일을 포기하는 청년들이 많다며 그는 “재능 있는 청년들이 자기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국가적인 낭비”라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정도로 조세 부담률을 높이면 전 국민에게 월 3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있다”는 게 녹색당의 셈법이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피티쇼 질의응답
‘청춘아 정치하자’ 피티쑈에 참석한 청년들의 질문은 거침이 없었다. 묵직한 훅처럼 질문이 쑥 들어왔다. 다음은 일문일답.
Q 대학원생 양진우라고 한다. 네 분께 동시에 질문 드리겠다. 오늘 한 얘기들이 과연 지켜질지, 그것을 믿고 지지해야 할 근거나 이유가 있다면 알려달라.
김정훈(더민주 유능한경제정당위원회 연구위원) 저희 당이 청년 정책을 내놓은 게 10월이고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빌 공(空)자’ 공약으로 되지 않을 거라고 만든 사람으로서 저는 믿는다. 저희가 집권하면, 이번 총선에서 저희가 다수당이 되면 된다고 본다.
정현호(새누리당 청년혁신위원장) 학생회장 때부터 국가장학금 제도를 당시 교과부 장관과 소통하면서 반영하는 활동을 했다. 이 정부가 출범할 때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청년 정책을 설계하는 일을 했다. 이번 20대 총선 때 새누리당 총선 공약단에 참여해 청년 공약단 간사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조성주(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 정의당이 제1야당 정도가 되면 절반 정도는 지킬 수 있을 거 같다. 정치는 상대가 있는 거니까. 정의당이 이번 선거 목표대로 교섭단체가 된다면 한 30~40% 정도는 지킬 수 있다는 약속을 드릴 수 있다. 정의당은 비정규직을 위해 고용보험을 개혁하지 않으면 지지 기반, 발 딛고 있는 땅이 꺼지는 정당이기 때문에 공약을 적극적으로 지켜나가야 하는 정당이다. 그런 정당을 좀 키워달라.
김주온(녹색당 비례대표 후보) 녹색당이 핀란드에서 15년 전에 처음으로 기본소득 이야기를 했다. 독일에서 탈핵을 2030년까지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것도 원래 독일 녹색당의 정책이었다. 100년 정도를 보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녹색당의 정치다. 한국에 기본소득이 도입된다면 오늘의 녹색당의 활동이 있었다는 것을 시민들이 알아주실 거라고 생각한다.
지킬 수 있나, 지지 근거는?
더민주 “우리가 다수당 되면”
새누리 “청년공약단 간사다”
정의당 “우린 약속지키는 정당”
녹색당 “미래 보고 대안 제시”
정치바가 지난 15일 서울 동교동 미디어카페 후에서 주최한 ‘청춘아 정치하자 피티쑈’ 2편에서 각 정당의 대표선수들이 청중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한겨레 TV갈무리
Q 가평고등학교 조혜연이라고 한다. 네 분께 질문 드리겠다. 각 당에서 청년 정책의 연령범위가 어디부터 포함이 되는지, 청소년들은 청년 정책에서 왜 배제돼야 하는지 묻고 싶다.
김주온 기본소득 1단계 우선 지급 대상인 청년을 저희는 15살부터로 잡았다. 그때가 의무교육이 종료되는 시점이고 청소년들이 불안정한 저임금 노동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하는 나이다. 입시교육에 저당 잡혀있을 그 시기에 대학을 가지 않고도 불안하지 않게 살 수 있다면 선택의 폭이 차원이 달라진다. 그래서 청소년들의 정치경제적 권리로써 기본소득을 주장한다. 또 녹색당에서는 정당 중 유일하게 ‘청소년 녹색당’이 활동하고 있다.
조성주 정의당은 청년의 기준을 만 35살 미만으로 하고 청소년은 예비당원 제도를 두고 있다. 저희가 실업급여 정책이나 실업구조 정책에선 기본적으로 15살부터 잡고 있다. 대한민국 노동법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기준이 15살이다. 탈학교 등의 경우도 고용 정책이나 실업 안전망에는 포함을 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정현호 새누리당은 현재 19살에서 34살을 청년으로 정했다. (청년의 범위가) 통계청은 19살~29살, 청년고용촉진특별법에서는 15살~29살 전부 다르다. 정리가 필요하다. 청소년 권익을 보호하는 법을 만들자 해서 미래세대기본법 발의를 해놨다. 청소년 나이를 낮추자고 하는데, 논의가 좀 필요하다고 본다.
김정훈 저희가 정책 개발할 때 기본 나이는 15살에서 35살까지 잡았다. ‘알바노동’ 보완책들을 정책에 담고 있다. 저희를 포함해 한국의 정당이 청소년 문제에 청소년들의 직접 참여를 이끌고 있는지 의문이다. 정당이 어려서부터 청소년들을 참여시켜서 거기서 훈련받고 교육받은 친구들이 바로 정당의 비례대표나 이런 식으로, 젊은 정치인으로 참여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고등학생이 무슨 정치참여를 해. 공부해야지” 이런 인식이 문제다. 그래서 선거 연령 낮추는 것도 지금 잘 안 된다.
Q 김남영이라고 하고 26살이다. 정현호 위원장에게 질문을 하려고 나이를 밝혔다. 같은 세대이고 반값등록금 투쟁도 했는데 왜 거기(새누리당)에 있는지? 조성주 소장께 질문하겠다. 5시 퇴근하고 ‘6시 내 고향’을 보자고 하셨는데 5시 퇴근을 못박아 둔다고 해도 그 뒤에도 일하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있다. 단순히 점심시간을 인정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현호 등록금 문제를 풀다가 도저히 학교 차원에서 안 된다는 걸 알고 전국을 뛰어다녔다. 당시에 반값 등록금은 민주당에서 하고 있었고 한나라당은 아무말도 안 하고 있었다. 대화를 시작했는데 한나라당이 무너지고 새누리당으로 바뀌었다. 따뜻한 보수를 추구하는 세력들이 장악을 하기 시작했다. 저는 그 시점에 들어가서 자유와 공동체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노선으로 사람들과 많이 소통하면서 활동했다. 모든 공동체를 따뜻하게 여기는 정당으로 바꾸는 데 역할을 하고 싶다.
조성주 주 40시간제를 우리가 하고 있다. 주 40시간제를 주 35시간제로 바꾸는, 기존의 진보가 이야기하던 방식 말고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보자는 게 5시 퇴근이었다. 점심시간을 평균 10분 사용하는 병원 사업장도 있다. 10분에 밥 후딱 먹고 교대를 해줘야 하는, 이런 산업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진보 쪽에서는 전통적으로는 전체 노동시간을 줄이자, 연장 노동을 줄이자는 주장을 해왔다. 새롭게 출현하는 서비스 산업에서 다른 노동 시간을 줄일 건 없는가를 찾았다. 그런 차원에서 점심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는 걸 통해서 노동 시간도 줄여보자는 새로운 영역을 말씀드린 거다.
Q 올해 스무살 된 청년 장윤호라고 한다. 김주온님께 질문 드리겠다. 기본소득에 꽂힌 이유가 궁금하다.
김주온 학교를 다니던 대학생이었고 생활도서관이라는 자치 공간을 만들려는 모임을 꾸려서 세미나도 하고 여기저기 집회도 갔다. 그러면서 거리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 엘지비티(LGBT) 활동가 등 굉장히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어느 순간 ‘이 활동가들이 자기의 가난과 싸우면서 또 세계의 가난과 싸우고 있구나’ 하는 걸 느꼈다. 저도 별로 다를 게 없었다. 그러다가 기본소득이라는 걸 우연히 듣게 됐는데 그냥 직감적으로 와닿았다. 기본소득이 경제적 시민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이 시대에 인권은 곧 최소한으로 먹고살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그런 권리다.
정리/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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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교육연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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