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BAR_남기남의 솔까쓰
더불어민주당이
‘구원투수’ 김종인 대표의 폭투 탓에
엄청난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김 대표의 ‘비례 2번, 셀프 공천’과
문제적 인사들 전략공천 때문인데요. 더민주의 비례대표 공천 파동이
지역구 공천 때보다 더 심각해 보입니다. 왜 그러는 걸까요?
비례대표의 국회 입성은
지역구 후보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절차가 간단합니다. 지역구 후보는
우선 당의 공천을 받아야 하는 예선을 치르고
본선에서 유권자들의 선택도 받아야
배지를 달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지역구 선거는 1등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 단순 다수대표제이기 때문에
거대정당의 텃밭에서 공천받은
후보를 제외하고는
선거 때마다 치열한 접전을 치러야죠.
그러나 비례대표는 다릅니다.
선거 때 유권자들이 던지는 정당투표에 따라
비례의석을 배분받습니다. 선거 때마다 고정 지지율이 30~40% 나오는
새누리와 더민주 같은 거대정당은
‘1인2표제’인 정당명부 투표제가
도입된 2004년 이후 선거에서
20여명의 비례대표를 배출했습니다. 비례의석이 7석 줄고 야권이 분열됐지만
더민주의 비례대표 안정권은
14번 정도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14번 안쪽으로만 비례 순번을 배정받으면
개표를 하지 않아도 국회의원 당선이
확정되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얘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례대표 후보는
정당의 철저한 자체 검증이 필수입니다.
정당이 기본적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하지 않으면
거대정당의 고정 지지표에 힘입어
부적격자가 국회로 ‘직행’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김종인 대표가 1번으로 찍은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구설에 오를 만합니다.
2007년에 제자의 석사논문을 표절했고,
박근혜 정부 대학구조개혁위원으로 일하면서
비리 사학운영자에게 재산을 돌려주는
대학구조개혁법을 주도했습니다.
당선이 확실한 10위권 안쪽 후보였던
박종헌 전 공군참모총장은 재직 당시
아들이 비리 방산업체에 취업했습니다.
2012년 대선 직전 문재인 후보를 종북으로 몰고
박근혜 후보 지지 선언에도 참여했습니다.
역시 당선권 후보로 낙점된
김숙희 서울시 의사회장은
2012년 대선 직전 신문 칼럼을 통해
무상교육과 무상의료 공약을
“국민들의 판단을 왜곡하는 선동”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정의로운 사회, 통합된 사회,
번영하는 나라, 평화로운 대한민국을 지향한다는
더민주의 정치적 이념에 어울리는 사람들일까요? 김종인 대표의 비례 공천도 문제입니다.
김 대표의 비례 공천안이 비판에 직면하고
그가 판을 깨고 당을 나갈 조짐을 보이자
더민주 내부에서는
“김 대표의 2번 배치는 당연하다”며
알아서 무릎꿇고 그를 붙잡느라 정신없습니다.
총선을 이끄는 당의 대표가
비례대표로 출마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당의 ‘간판’으로 얼굴을 내밀며
전국적인 지원 유세를 다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총선 이후에도 당을 이끌기 위해서
배지를 달아야 한다는 얘기도
딱히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처음부터 ‘비례대표 욕심’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2016년 2월28일 취임 한 달 기자회견에서는
“내가 비례에 큰 욕심이 있느냐,
난 그런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까지 했습니다.
‘욕심 없음’이 일관적인 메시지였기 때문에
간혹 나왔던 그의 유보적인 답변은
공천 과정에서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적 레토릭’으로 읽혔습니다.
그렇기에 그의 ‘비례 2번’ 배치는
충격이 컸습니다.
그동안 자신의 발언과 소신을
180도로 뒤집는 것이니까요.
김 대표가 정청래·이해찬 의원을
‘정무적 판단’으로 공천에서 배제하자
“그러면 김 대표도 불출마 선언을 하라”는
‘자기희생론’까지 나오던 상황이었는데
김 대표는 보란 듯이
자신의 당선을 ‘확정’지으려 했습니다.
당권과 공천권까지 장악한,
근래 보기 드문 강력한 1야당 대표인 그가
자기가 쥔 권한으로 본인의 다음 자리를
창출한 모양새입니다.
자신의 탐욕을 자각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 손가락질 받을 일은 하지 않겠죠.
김종인 대표 자신은 “욕심이 없다”며
“나이 든 사람이 노욕을 부리고 있다”는 평가를
매우 모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본인의 속마음이 어떻든
정치인에 대한 평가는 국민이 하는 겁니다.
‘김종인 비례대표안’ 파동을 보며
야권 지지자들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갑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구원투수’ 김종인 대표의 폭투 탓에
엄청난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김 대표의 ‘비례 2번, 셀프 공천’과
문제적 인사들 전략공천 때문인데요. 더민주의 비례대표 공천 파동이
지역구 공천 때보다 더 심각해 보입니다. 왜 그러는 걸까요?
비례대표의 국회 입성은
지역구 후보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절차가 간단합니다. 지역구 후보는
우선 당의 공천을 받아야 하는 예선을 치르고
본선에서 유권자들의 선택도 받아야
배지를 달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지역구 선거는 1등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 단순 다수대표제이기 때문에
거대정당의 텃밭에서 공천받은
후보를 제외하고는
선거 때마다 치열한 접전을 치러야죠.
그러나 비례대표는 다릅니다.
선거 때 유권자들이 던지는 정당투표에 따라
비례의석을 배분받습니다. 선거 때마다 고정 지지율이 30~40% 나오는
새누리와 더민주 같은 거대정당은
‘1인2표제’인 정당명부 투표제가
도입된 2004년 이후 선거에서
20여명의 비례대표를 배출했습니다. 비례의석이 7석 줄고 야권이 분열됐지만
더민주의 비례대표 안정권은
14번 정도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14번 안쪽으로만 비례 순번을 배정받으면
개표를 하지 않아도 국회의원 당선이
확정되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얘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례대표 후보는
정당의 철저한 자체 검증이 필수입니다.
정당이 기본적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하지 않으면
거대정당의 고정 지지표에 힘입어
부적격자가 국회로 ‘직행’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김종인 대표가 1번으로 찍은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구설에 오를 만합니다.
2007년에 제자의 석사논문을 표절했고,
박근혜 정부 대학구조개혁위원으로 일하면서
비리 사학운영자에게 재산을 돌려주는
대학구조개혁법을 주도했습니다.
당선이 확실한 10위권 안쪽 후보였던
박종헌 전 공군참모총장은 재직 당시
아들이 비리 방산업체에 취업했습니다.
2012년 대선 직전 문재인 후보를 종북으로 몰고
박근혜 후보 지지 선언에도 참여했습니다.
역시 당선권 후보로 낙점된
김숙희 서울시 의사회장은
2012년 대선 직전 신문 칼럼을 통해
무상교육과 무상의료 공약을
“국민들의 판단을 왜곡하는 선동”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정의로운 사회, 통합된 사회,
번영하는 나라, 평화로운 대한민국을 지향한다는
더민주의 정치적 이념에 어울리는 사람들일까요? 김종인 대표의 비례 공천도 문제입니다.
김 대표의 비례 공천안이 비판에 직면하고
그가 판을 깨고 당을 나갈 조짐을 보이자
더민주 내부에서는
“김 대표의 2번 배치는 당연하다”며
알아서 무릎꿇고 그를 붙잡느라 정신없습니다.
총선을 이끄는 당의 대표가
비례대표로 출마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당의 ‘간판’으로 얼굴을 내밀며
전국적인 지원 유세를 다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총선 이후에도 당을 이끌기 위해서
배지를 달아야 한다는 얘기도
딱히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처음부터 ‘비례대표 욕심’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2016년 2월28일 취임 한 달 기자회견에서는
“내가 비례에 큰 욕심이 있느냐,
난 그런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까지 했습니다.
‘욕심 없음’이 일관적인 메시지였기 때문에
간혹 나왔던 그의 유보적인 답변은
공천 과정에서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적 레토릭’으로 읽혔습니다.
그렇기에 그의 ‘비례 2번’ 배치는
충격이 컸습니다.
그동안 자신의 발언과 소신을
180도로 뒤집는 것이니까요.
김 대표가 정청래·이해찬 의원을
‘정무적 판단’으로 공천에서 배제하자
“그러면 김 대표도 불출마 선언을 하라”는
‘자기희생론’까지 나오던 상황이었는데
김 대표는 보란 듯이
자신의 당선을 ‘확정’지으려 했습니다.
당권과 공천권까지 장악한,
근래 보기 드문 강력한 1야당 대표인 그가
자기가 쥔 권한으로 본인의 다음 자리를
창출한 모양새입니다.
자신의 탐욕을 자각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 손가락질 받을 일은 하지 않겠죠.
김종인 대표 자신은 “욕심이 없다”며
“나이 든 사람이 노욕을 부리고 있다”는 평가를
매우 모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본인의 속마음이 어떻든
정치인에 대한 평가는 국민이 하는 겁니다.
‘김종인 비례대표안’ 파동을 보며
야권 지지자들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갑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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