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에서 서울 강남구의 선거구는 갑·을·병 3곳이다. 19대 총선때는 갑·을만 있었는데 삼성·도곡·대치동을 묶은 강남병이 새로 생겼다. 대치동이 빠져나간 강남을에는 야당 성향이 강한 개포·일원·수서·세곡동이 남았다. 강남을이 예전의 ‘강남을’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한겨레21>은 지난 7년간 치러진 4차례 전국 선거에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얻은 득표율을 동별로 모은 뒤 20대 총선 선거구별로 합산한 결과를 보도했다. 이 자료를 보면, 강남갑·병에서 새누리당·더민주의 평균 지지율은 각각 60.8% 대 37.2%(갑), 63.4% 대 34.6%(병)로 나타났다. 하지만 강남을은 52.7%(새누리당) 대 45.1%(더민주)로 격차가 크지 않다. 새누리당이 더민주를 각각 43.35%포인트, 32.17%포인트 차로 앞섰던 대치1·2동이 강남을에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새누리당 압승이었다. 엠비엔과 매일경제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3월31일~4월3일 진행한 조사를 보면 김종훈 새누리당 후보는 전체 응답자 510명 가운데 45.2%의 지지를 받았다. 전현희 더민주 후보는 30.1%에 그쳤다. 새누리당의 오차 범위 밖 우세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4.3%).
그러나 변화된 기류도 감지된다. 지난 4일 새누리당 심야 긴급회의에는 ‘20~30대의 적극 투표 의사로 강남을도 혼전세로 돌아섰다’는 여의도연구원의 보고가 올라갔다고 한다. 더민주 관계자는 7일 “처음에는 꽤 뒤졌지만 2주전 접전으로 붙었고 이틀전 중앙당 자체 조사에서 앞서기 시작했다”며 “데이터는 잘 나온다. 하지만 지역 특성이 있기 때문에 투표 결과가 조사대로 나올지는 지켜봐야 한다. 일단 경합지로 분류했다”고 말했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강남구을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후보와 전 후보 지원유세에 나선 정운찬 전 총리가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수서역 부근에서 거리유세를 펼치고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승부처는 세곡동이다. 지난 4차례 전국 선거에서 새누리당에 53.4%, 더민주에 44.6%의 평균득표율을 안긴 곳이다. 하지만 공공주택인 보금자리주택이 대거 들어서면서 2012년 총선 당시 1만1222명이던 인구가 2015년말 기준 4만3108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이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하느냐가 중요하다. 전현희 후보는 “세곡동에 기반시설이 부족하다. 김 후보가 일을 너무 안했다”며 승리를 자신했다. 김종훈 후보는 “대규모 주거단지가 생기면 인프라가 갖춰지는 데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일을 안했다는 건 억지”라며 “여유있게 앞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언니가 보고있다 #14] 새누리표 읍소대작전[김보협의 더정치#17] 수도권 122석, 대혼전의 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