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BAR_‘종교 자유’ 해치는 위헌적 주장에 선관위 ‘수수방관’
헌법 제20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종교의 자유에는 자신이 믿는 종교만을 유일 진리라고 주장할 자유도 포함돼 있겠죠. 그래서 한국 기독교는 다른 종교를 자유롭게 배척합니다. 그런데 기독교 ‘정당’이 이슬람교를 배척한다면 어떨까요? 종교가 다른 종교를 배제하는 것과, 종교 ‘정당’이 특정 종교를 혐오하는 것은 같은 의미일까요?
피해자 특정되지 않으니 괜찮다? “할랄단지 조성 계획중인 익산시에 무슬림 30만명이 거주하게 되면 대한민국은 테러 안전국에서 테러 위험국으로 전락!” “샤리아법에 따르면 몸을 가리지 않은 이교도 여인을 성폭행해도 합법! 우리나라 여성에 대한 성폭행 급증 및 안전보장 불가!” 국회의원을 보유한 원내정당인 기독자유당(정당 기호 5번)이 선거공보물에 적은 문구입니다. ‘무슬림은 테러를 일삼고 여성을 성폭행하는 존재’라는 인식을 고스란히 노출하고 있습니다. 선량한 무슬림이라면 굉장히 화가 나는 게 당연합니다. 당장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로 고소하려 들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고소를 해도 형사처벌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무슬림’이라고 얘기했기 때문에 저 발언으로 구체적으로 누가 피해를 입었는지가 특정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억나시나요? 강용석 변호사의 여성 아나운서 비하 발언에 대해 “개별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며 대법원이 모욕죄 무죄 판결을 내렸던 사건말입니다. 같은 구조입니다. 그렇다면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니 아무 문제가 없는 걸까요? 정당의 활동은 ‘민주적 기본질서’를 어기지 않아야 합니다. 헌법 제8조 4항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재가 이 조항을 들면서 통합진보당을 해산했죠. 법조계에서는 기독자유당의 발언이 ‘위헌적’이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정당 해산에 이를 만큼 위헌적’이지는 않다고 봅니다. “위헌적 발언이지만 해산 사유에 해당할 것 같지는 않다. 민사상 불법행위로 손해배상 청구 대상이 될 수는 있겠다.”(지방법원에 근무하는 한 부장판사) 그러나 민사소송 역시 쉬운 길은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린 강용석 사건의 경우에도 한국아나운서연합회가 민사소송을 통해 위자료와 손해배상을 요구했지만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패소했습니다. 정당해산도, 형사처벌도, 심지어 민사상 손해배상을 받아내기도 쉽지 않으니 이제 그들에게 면죄부를 줘버릴까요? ‘전파자’ 선관위 “할 수 있는 게 없다” 기독자유당의 주장을 쉽게 ‘인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전국의 모든 유권자에게 이런 내용을 담은 공보물을 발송했기 때문입니다. 야외에서 떠드는 것과 가정집에 배달되는 것은 전파성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선관위는 공보물 발송에 256억원 정도를 사용합니다. 나랏돈을 이용해 차별적이고 위헌적인 발언이 전파된 것이죠. 한국이슬람계는 분개하고 있습니다. 4월8일, 중앙선관위를 찾아가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고 종교를 모독한다. 선관위의 적극적 조치를 원한다’며 항의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방법이 없다. 고소·고발해보는 게 어떠냐’는 정도의 조언만 들었다고 합니다. 선관위는 정말 아무 수단이 없다고 말합니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관위가 문제를 삼으려면 공보물에 허위사실공표, 후보자 비방, 지역비하 등이 담겨야 하는데 기독자유당의 공보물은 그렇지 않다. 한국의 무슬림들은 무척 억울하겠지만 저희가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여러분의 돈으로 ‘위헌적 발언’이 마구 전파되는 것에 동의하십니까?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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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정당 공보물.
피해자 특정되지 않으니 괜찮다? “할랄단지 조성 계획중인 익산시에 무슬림 30만명이 거주하게 되면 대한민국은 테러 안전국에서 테러 위험국으로 전락!” “샤리아법에 따르면 몸을 가리지 않은 이교도 여인을 성폭행해도 합법! 우리나라 여성에 대한 성폭행 급증 및 안전보장 불가!” 국회의원을 보유한 원내정당인 기독자유당(정당 기호 5번)이 선거공보물에 적은 문구입니다. ‘무슬림은 테러를 일삼고 여성을 성폭행하는 존재’라는 인식을 고스란히 노출하고 있습니다. 선량한 무슬림이라면 굉장히 화가 나는 게 당연합니다. 당장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로 고소하려 들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고소를 해도 형사처벌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무슬림’이라고 얘기했기 때문에 저 발언으로 구체적으로 누가 피해를 입었는지가 특정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억나시나요? 강용석 변호사의 여성 아나운서 비하 발언에 대해 “개별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며 대법원이 모욕죄 무죄 판결을 내렸던 사건말입니다. 같은 구조입니다. 그렇다면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니 아무 문제가 없는 걸까요? 정당의 활동은 ‘민주적 기본질서’를 어기지 않아야 합니다. 헌법 제8조 4항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재가 이 조항을 들면서 통합진보당을 해산했죠. 법조계에서는 기독자유당의 발언이 ‘위헌적’이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정당 해산에 이를 만큼 위헌적’이지는 않다고 봅니다. “위헌적 발언이지만 해산 사유에 해당할 것 같지는 않다. 민사상 불법행위로 손해배상 청구 대상이 될 수는 있겠다.”(지방법원에 근무하는 한 부장판사) 그러나 민사소송 역시 쉬운 길은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린 강용석 사건의 경우에도 한국아나운서연합회가 민사소송을 통해 위자료와 손해배상을 요구했지만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패소했습니다. 정당해산도, 형사처벌도, 심지어 민사상 손해배상을 받아내기도 쉽지 않으니 이제 그들에게 면죄부를 줘버릴까요? ‘전파자’ 선관위 “할 수 있는 게 없다” 기독자유당의 주장을 쉽게 ‘인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전국의 모든 유권자에게 이런 내용을 담은 공보물을 발송했기 때문입니다. 야외에서 떠드는 것과 가정집에 배달되는 것은 전파성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선관위는 공보물 발송에 256억원 정도를 사용합니다. 나랏돈을 이용해 차별적이고 위헌적인 발언이 전파된 것이죠. 한국이슬람계는 분개하고 있습니다. 4월8일, 중앙선관위를 찾아가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고 종교를 모독한다. 선관위의 적극적 조치를 원한다’며 항의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방법이 없다. 고소·고발해보는 게 어떠냐’는 정도의 조언만 들었다고 합니다. 선관위는 정말 아무 수단이 없다고 말합니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관위가 문제를 삼으려면 공보물에 허위사실공표, 후보자 비방, 지역비하 등이 담겨야 하는데 기독자유당의 공보물은 그렇지 않다. 한국의 무슬림들은 무척 억울하겠지만 저희가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여러분의 돈으로 ‘위헌적 발언’이 마구 전파되는 것에 동의하십니까?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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