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1%%]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는 서류더미 속에 파묻힙니다. 각 의원실에서 정부기관을 상대로 수많은 자료를 요청하고 받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과정에서 정부기관 공무원들은 국회에서 “과도한 자료를 요구한다”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반면 국회는 헌법에 ‘자료요청권’이 보장돼 있고, 정부기관을 감시하기 위해서는 작은 통계라도 하나하나 들여다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오히려 “정부기관의 자료제출 시간 끌기나, 은폐가 문제”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국회와 정부기관의 ‘샅바 싸움’ 속에서 그동안 누적되온 정부 정책의 문제나 불합리한 관행이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또 다양한 통계자료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정치BAR는 국감 기간에 각 의원실에서 배포되는 국감 자료 중에서 의미 있는 것들을 꾸준히 소개하겠습니다.

[%%IMAGE2%%]

이번에 살펴보는 국감 자료는 인력부족과 격무에 시달리는 소방관의 현실태를 보여주는 내용입니다. 지난 17일 새벽 강원 강릉 석란정 화재진압 현장에서 고 이영욱(59) 소방경과 이호현(27) 소방교가 순직하면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두 사람을 포함해 최근 10년간 화재진압이나 구조활동 등을 하다가 현장에서 숨진 소방관은 51명에 달합니다. 이에 소방관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인력부족 등의 문제가 또다시 환기됐습니다.

국감 자료를 보면 소방관들은 구조·구급 활동 중에 이틀에 한 번꼴로 폭행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소방관들의 정신과 진료·상담 건수도 지난 4년 동안 10배가 늘었습니다. 지난해 국회에서는 이른바 7건의 ‘소방관 눈물 닦아주기 법’이 발의돼 그중 4건이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입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진전된 논의가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 이틀에 한 번꼴로 폭행당하는 소방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아 19일 공개한 ‘구급대원 폭행 및 처분 현황’을 보면, 2014년부터 올해 7월까지 출동한 구급대원 폭행사건이 621건이나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틀에 한 번꼴로 폭행사건이 발생한 것입니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138건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129건, 부산 50건, 경북 37건 인천·강원이 각각 36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박 의원은 “구급대원 폭행사건 예방을 위해서는 3인 구급대 운영이 필수적이다”고 주장했습니다. 1명이 구급차 운전원인 것을 고려하면, 구급대원이 최소 2명은 돼야 폭행을 사전에 막거나 진압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소방력 기준에 관한 규칙’에도 소방공무원이 구급을 위해 출동하는 경우 운전원을 포함한 3인이 출동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박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전국의 3인 구급대 비율은 46.7%에 그칩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소방관들에 대한 폭력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홍철호 바른정당 의원이 19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12년 부터 2017년 7월까지 구조·구급 활동을 하던 소방관이 폭행·폭언을 당한 건수가 870건에 달합니다. 폭행과 폭언은 2012년 93건에서 2016년 200건으로 두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IMAGE3%%] ■ 건강 이상 소방관 68%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홍철호 바른정당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아 18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4만840명 소방관 가운데 건강이상자는 2만7803명으로 68.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방관들의 건강이상자 판정 비율은 2012년 47.5%, 2015년 62.5%, 2013년 52.5%, 2014년 56.4%, 2015년 62.5%로 꾸준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하지만 홍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소방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 기본법’에 따라 있어야 할 법정 소방보건의는 전국에 단 한명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현행법은 소방관 수시 진료·상담, 정신건강프로그램 운영, 소방업무 환경 측정 등을 담당할 의사를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하게 돼 있습니다. 홍 의원은 “소방청은 (보건의) 대신 전국 총 69곳을 소방전문치료센터로 지정했지만, 소방관들이 자부담 진료비를 내게 돼 있어 이용실적은 저조한 상황이다”고 소방보건의 채용 필요성을 주장합니다. 또 소방관들의 치료비를 국가가 지원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동안 소방관들을 위한 소방전문병원 설치 논의가 계속 있었지만 예산 문제 등으로 좀처럼 첫 삽을 뜨지 못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100대 과제에 소방복합치유센터 설립 등의 처우 개선과 치료지원 확대 등이 포함돼 있어 앞으로 소방전문병원 추진에 진전이 있을지 주목됩니다.

■ 정신과 상담은 4년 새 10배 증가, 최근 5년간 47명 자살

소방관들의 정신 건강 문제도 심각합니다. 홍철호 의원의 다른 자료를 보면 최근 5년 7개월간 자살한 소방관이 47명에 달하는 가운데 4년 새 정신과 진료상담 건수가 10배나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소방관들의 정신과 병원 진료 및 상담 건수는 2012년 484건, 2013년 913건, 2014년 3288건, 2015년 3887건, 2016년 5087건, 2017년 7월말 현재 3898건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홍철호 의원이 조사한 결과 전문의·심리상담사 등이 직접 소방서를 방문하여 소방서 직원을 대상으로 예방교육·심리장애 진단 및 1:1 개인상담 등을 실시하는 ‘찾아가는 심리상담실’ 사업은 지난해 기준 전체 소방서 213곳 중 14%인 30곳에서만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방청의 ‘소방관 심리평가 조사결과’를 보면, 소방관은 연평균 7.8회 참혹한 현장에 노출돼, 심리 질환 유병률이 일반인의 5~10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IMAGE4%%]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 정치BAR 페이스북 바로가기 ◎ 정치BAR 텔레그램 바로가기